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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종주>편안한 길을 걸었더니 고행의 길을 걷자고 한다.오르다~ 山!!/山 2024. 5. 20. 18:14728x90
미리 계획을 통보했다면 지난 우중산행의 치악산 왕의숲길을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게 미뤘을테다.
그러나 산행뒤에 친구들이 주말을 이용해 치악종주로 또다시 유혹의 마수를 뻗친다.
산의 유혹은 언제나 묘한 기분을 전하니, 안가면 두고두고 후회할것같고...... 가자니 또 시간과의 싸움이 될테다. 일단 살짝 발을 걸치듯 동참의 의견을 보내지만 종주산행 전날이 회의라서 한잔의 유혹을 잘 떨쳐낼지가 의문이다.
산행일시 : 2024. 5. 15(수) 부처님오신날~, 맑음뒤 비~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일대 치악산(1288m, 정상석 기준)
높이 1,282m. 차령산맥에 솟아 있다. 본래는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서 적악산이라 불렀으나 뱀에게 잡힌 꿩을 구해준 나그네가 그 꿩의 보은으로 위기에서 목숨을 건졌다는 전설에서 치악산의 이름이 유래한다.
조선 시대에는 오악신앙의 하나로 동악단을 쌓고 원주·횡성·영월·평창·정선 등 인근 5개 고을 수령들이 매년 봄·가을에 제를 올렸다.
1984년에 총면적 182.1㎢의 치악산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으며, 울창한 숲,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사다리골·상원골·산성골·범골·입석골 등의 계곡, 구룡·세렴 폭포,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 등의 명소가 많다고 한다.
누구와 : 친구 4명, 후배 1명과 함께~
산행코스 : 성남탐방센터(주차장) -(2.9km, 90분)- 상원사( 남대봉 )-(4.0km, 2:15분)- 향로봉 -(4.4km, 2:40분)-
황골삼거리 -(1.2km, 45분)- 정상 -(1.6km, 65분)- 사다리병창길 -(3.9km, 65분)- 구룡사(주차장)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8.3km, 총 9:30분(휴식 및 인증 2시간 포함) 소요
상원사코스인 성남탐방센터로 가야하는데 우리는 구룡사주차장으로 향한다. 서울의 친구들과 합류후 차량의 회수를 고려하여 들머리까지 한차에 합승한다.
종주산행을 위한 차량회수는 물론 들날머리를 자유롭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산과 자연을 찾는 이들의 편리가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부분 산악관광지는 대중교통의 편리가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국립공원만이라도 셔틀버스가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어찌되었든 40여분정도의 이동으로 들머리인 성남탐방센터의 노지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한다.
출발부터 이어지는 상원사계곡의 물소리가 봄산행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시원한 느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궁금하지도 않다며 금새 바람막이를 벗어던지게 만든다. 물론 나는 더위를 직감하였기에 쟈켓은 걸치지도 않았다.
파릇한 숲길 그리고 바위를 넘어 떨어지는 계곡의 물소리와는 다른 봄볕의 열기가 숲을 헤짚고 머리위로 떨어진다.
그러나 모처럼의 친구들과의 산행이 주는 즐거움에 아직은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진다.
한시간여의 걸음, 드디어 치악산의 비경중 다시 와보고 싶었던 상원사 지점에 도착한다.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연등이 우리를 환영하듯 등로를 따라 사찰 경내까지 수를 놓고있다.
치악산을 이야기하는 전설중 까치와 연관된 "보은의종"이 이곳에 있다.
수놈 구렁이가 새끼 까치를 잡아 먹으려는 광경을 본 선비가 활을 쏘아 이 구렁이를 죽였으나, 암구렁이가 사람으로 변신해 앙갚음으로 선비를 해치려하자 이번에는 어미 까치가 새끼를 살려준 보은으로 머리를 부딪쳐 종을 울려 선비의 목숨을 구했다는 '보은의 전설'을 담고 있는 종으로 전설의 종은 행방이 묘연하며, 현재의 종은 상원사에서 '93년도에 제작설치한 것이다.
상원사는 나에게 전설보다 대웅전 앞 경내에서 내려다보는 숲 그리고 가까이는 감악산과 멀리 월악산과 소백산 등의 산그리메 풍경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아 좋은 느낌을 갖는 곳이다.
나와 같은 마음일지 아니면 한시간여의 오름길에 지쳐서인지 친구들도 시간을 쫓지않고 바위에 걸터앉아 그늘의 휴식을 만끽한다.
사찰에서의 휴식은 휴식이고, 우리만의 휴식은 남대봉으로 향하는 길에 또다시 펼쳐진다. 부처님오신날 사찰에서 누리지 못한 목구멍을 넘어가는 시원함을 즐기며 또다른 그늘의 쉼 그리고 잠시 오르면 남대봉이다.
누군가는 아들바위를 지나 남대봉에서 인증사진을 남기지만, 우리는 한번 와본 곳이라고 인증에는 별 관심이 없다.
과연 그럴까? 2년전보다 지체되는 걸음...... 조금더 걸음에 집중하려는 것일까?
기암괴석과 절벽 등이 산세를 설명해주는 치악산이라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등로주변은 앞으로 가야할 사다리병창길 외에는 육산이라는 그만큼 편한 길이라는 느낌의 종주코스에서 향로봉 가는 길에 조금 암릉다운 기운을 전하는 풍경을 만나니 한컷씩 친구들을 담아본다.
암릉같은 구간을 넘어서면 바로 종주능선전망대라는 데크쉼터를 만난다.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잠시 원주방면으로 푸른 숲이 둘러싸고 있는 도심의 풍경을 바라보며 지나친다. 종주능선을 지나면서 하늘을 덮었던 울창한 숲은 조금씩 하늘을 벗하며 태양의 열기를 선물처럼 내려보낸다. 산행을 하는 우리는 결코 바라지않는 선물일수 있으나, 오후의 비소식에 비하면 거부할 수 없는 선물같은 하루다.
헬기장을 지나 드디어 향로봉, 2년전과는 전혀 다른 우리의 걸음을 보여준다. 인증사진은 단체사진 한컷으로 채우고 간단한 점심을 어디서 할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조금만 더가면 곧은재(고든치)~, 시간적으로도 점심을 먹기 좋은 곳이다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산행속도는 2년전과 달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하늘은 맑기만한데 오후의 비소식이 신경쓰인다.
곧은재 기점에서 간단히 김밥, 닭강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황골삼거리로 향하는 길에 바라본 숲은 어느새 다른 풍경을 보인다.
유난히 곧은재 인근의 숲만 침엽수를 확인하게 된다. 지난번 부곡탐방코스로 돌때도 느낀 색다른 숲길의 풍경은 맑은 하늘 아래에서도 감흥의 질이 다를뿐 숲의 다른 모습은 여전하다.
침엽수보다는 낙엽활엽수가 많은 치악산의 식생에서 왜 곧은재 부근만 침엽수가 눈에 띌까?
이런 궁금증은 종주코스 내내 고사한 조릿대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봄부터 겨울까지도 파릇한 입을 나부끼며 발길의 벗이 되어주는 조릿대는 생기를 잃은 것이 아닌 겨우내 추위에 동사한 것인지 모조리 말라있다. 푸른 숲의 질투같기도 하다.
숲이 질투하는 것인지, 우리가 숲의 모습에 불만을 품은 것인지 모르지만 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황골삼거리에 다다른다.
이젠 완연한 능선의 걸음이니 잠시 숨고르기를 해준다. 간혹 구름이 있어도 푸른 빛이 강하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이 뒤덮고 있다. 그나마 잿빛은 아니니 정상까지 서둘러 좋은 풍경을 담아보자. ^^
능선상의 헬기장에서 비로봉의 돌탑을 한번 바라봐주고 재촉한 걸음은 마지막 데크계단에서 투덜거리는 입에 박자를 맞추듯 터벅터벅 마지막 힘을 실어 올려놓는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사실 종주산행이라고 하기엔 밋밋한 치악산종주의 피날레는 날머리에서 해야겠지만, 정상이라는 감흥은 어쩔수 없다. 각자 주변의 조망을 즐기는 시간, 그래도 하늘빛의 변화를 보며 서둘러 단체인증을 주변 산객에게 부탁하여 남기고 사다리병창길로 향한다.
말등바위 전망대로 향하는 내리막길의 풍경도 싱그럽다. 그러면서 아직 거닐어보지 않은 천지봉(1086m)과 매화산(1084m)의 능선길을 흠모한다. 제대로 치악산종주코스를 다시 걸어봐야할까? 차량회수가 문제인데, 지금 친구들과의 걸음처럼 차량 한대씩 들날머리에 둔다면 가능할텐데...... ㅎㅎ
말등바위 전망대 부근의 조망을 즐길새도 없이 사다리병창길로 걸음을 서두른다. 서서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 산의 식생인 활엽수의 단풍이 아름답지만, 거친 악(岳)산의 면모를 가진 산임을 보여주는 곳이 사다리병창길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사다리병창길은 그런 난이도를 느끼기에는 데크계단길이 너무 과하게 정비되어 눈으로도 느낄수 없을 정도이다.
치악산(雉岳山)은 단풍이 아름다워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리다가 보은의종과 관련된 까치의 전설을 담아 치악산으로 개명된 산이다. 단풍의 아름다움만큼 거친 산의 면모를 눈과 걸음으로 느낄수 있는 정비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편하게 걸을수 있음에 안도의 숨을 들이마시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ㅋㅋ
올해는 또 일상적인 치악산종주를 거닐었으니 다음기회에 천지봉과 매화산을 잇는 단풍산행을 겸한 종주를 시도해보자. 가능할까?
한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의 레인커버, 고어쟈켓....... 착용해? 말아? 그러나 빗방울과 하늘의 기세를 보더니 친구들은 사다리병창길을 내려서며 단단히 대비를 한다.
2년전의 빗방울은 빗방울도 아니었다. 거닐다보니 하의도 오버트라우저를 착용할것을 하는 후회가 들정도로 제법 하늘이 기승을 부린다.
날씨만 좋다면야 세렴폭포가 폭포였어라는 느낌을 전해주며 구룡사 방면으로 향했어야 되는데, 각자 귀가할 걱정때문인지 세렴폭포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이 모두 구룡사로 향한다.
그래도 부처님오신날 산행이라고 구룡사의 빗줄기를 맞으면서도 친구들과의 산행을 기념하는 인증샷 남겨주고, 날씨와 함께 뚝뚝 떨어지는 기온에 식은 몸을 녹이기 위해 식당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누구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황골삼거리에서 정상도 밟지 못하고 하산을 결심한 친구에게 미리 식당을 찾아 대기하라고 일러두었으니 우리는 후다닥 종주산행의 만찬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다음에는 설악의 공룡능선을 함께 걷자는 의기투합...... 그전에 나는 불수사도북을 도전할터이니 제발 중간 보급좀 해달라고 떼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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