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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구봉대산>산 그리고 적멸보궁을 찾는 걸음~오르다~ 山!!/山(명산100+) 2023. 3. 11. 20:44728x90
1월은 명산100과 셰르파활동의 인연으로 그동안 갈증으로 남았던 영남알프스 완주산행을 했다.
그리고 잠시 산의 쉼(동네 앞동산도 가끔 오르는둥 마는둥~)의 있었기에, 고민은 하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또 내면의 갈등이 솟아오르니 산을 찾고자 한다.
수많은 산이 있지만 또 시간과 거리를 따지며 고민끝에 영월로 향한다. 조금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주변의 다른 산과 연계해서 다녀올수도 있을테지만, 그런 것까지 계획에 두고 움직일 상황은 아니다.
산행일시 : 2023. 2. 17(금) 맑음
산행장소 : 강원도 영월군 법흥면 일대 구봉대산(901m)
구봉대산(870m)은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의 천하복지 명당터를 보호하는 우백호의 역할을 하는 산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구봉대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백덕산-사자산 능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능선으로 법흥리의 적멸보궁과 법흥사를 싸안으며 계속 뻗어나가 한 줄기는 주천강을 향해 가고 한 줄기는 법흥리의 버스 주차장 남쪽으로 뻗어 있다. 구봉산은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봉우리 명칭으로 사용하여 이색적인 감흥을 주고 있다. - 대한민국 구석구석 참조 -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구봉산휴게소 주차장 -(2.7km, 60분)- 제9봉(정상, 윤회봉) -(0.5km, 15분)- 제8봉(북망봉) -(0.5km, 20분)-
제6봉(관망봉) -(1.2km, 35분)- 제1봉(양이봉, 널목재) -(2.2km, 40분)- 법흥사(적멸보궁) -(3.0km, 40분)-
구봉산장(마트)주차장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0.0km, 총 3:30분(휴식 및 인증 10분 포함) 소요
마냥 재취업을 기다릴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본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사무위주의 업무에서 잠시지만 몸을 쓰는 일에는 무리가 따른다.
근육통과 관절까지 당분간은 계속되는 통증, 그러다 며칠 쉬어가는 시간에 머리도 식히고 몸도 잠시 일의 통증에서 벗어나자며 영월의 구봉대산을 찾는다.
들머리를 어디로 할까를 고민할 필요없이, 법흥사 일주문 앞에 위치한 휴게소의 큰 주차장에 주차후 걸음을 옮긴다.
이미 명산100의 한곳으로 진안의 동명(同名)의 산을 경험하며 쉽지않다는 생각을 하며 오르는 산, 아차~ 실수를 한것인가? 들머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는 하지만, 원점회귀의 구간에서 일주문 바로 앞으로 오르는 구간은 통제구간임을 한참 거닐면서 확인하고만다.
산불예방을 위한 통제가 이루어지면서도 정상을 오를수 있는 산, 법흥사를 지나면서 오르는 1봉코스가 미통제에 해당한다. 이미 걸음이 이어졌으니 되돌아갈 의지는 없다. 1봉부터 거닐더라도 9봉을 지나 일주문으로 하산할 터이다. ^^;
잔설이 있던 임도구간을 지나 능선길에 오르자 적당한 바위구간과 로프구간이 나온다. 능선길이라면 약간의 조망이 있어야 맛인데, 구봉대산의 능선길에서는 시원한 조망을 기대하지말고 법흥사 적멸보궁의 기를 느끼라는듯 겨울 마른가지들만이 눈앞을 어른거리게 한다.
드디어 구봉대산의 첫봉우리 윤회봉(제9봉)을 만난다. 정상석은 없고 조그마한 돌무더기 한켠에 누군가 써놓은 봉우리 이름만이 반긴다. 당연히 인증을 위한 정상은 아니다. 진안의 구봉산은 구봉이 정상인증인데~, 설마 구봉만 찍고 가는 이들은 없겠지?
윤회봉(閏廻峰)은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 좋은 업을 심으면 좋은 과보를 맺고, 나쁜 업을 심으면 나쁜 과보를 맺는다. - 라는 불교의 윤회설에 기반하여 명명(命名)한 봉우리이다.
윤회봉을 지나 인증봉우리인 제8봉으로 향하는 등로의 로프난간의 기초에 무언가 글귀가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혹시나 구봉대산의 등로 곳곳에 이런 글귀가 의미를 부여하며 있지는 않을까? 라는 호기심에 발아래를 확인하며 걷지만 눈에 띄는 글귀를 찾지는 못한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 홀로 인증샷 퍼레이드를 펼친다.
제8봉은 북망봉(北望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죽음이란 언젠가는 맞이해야하는 삶을 완성하는 거룩한 순간이다. 하지만 죽음이란 두려움을 앞세운 욕망이 남는다며, 욕망을 떨쳤을때 평온과 안락만이 남는다라고 이야기한다.
구봉대산의 능선과 각각의 봉우리는 지척에 있다. 제7봉(쇠봉 - 늙어지는 덧없는 인생을 의미)을 지나 제6봉에 이르러서 조망다운 조망을 본다. 물론 적당한 암봉의 기운까지 전하는 관망봉(觀望峰)의 이름답게 인근의 백덕산과 사자산의 산그리메를 바라보며 인증샷 한컷 남겨본다.
관망봉은 삶이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뤄지지않으며, 간접으로 관계된 모든 인연이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준다면서 모든 선은 받들어 행하고, 모든 악은 짖지마라(중선봉행 제악막작 - 衆善奉行 諸惡莫作)고 한다.
구봉대산의 백미는 제6봉(관망봉)과 제5봉(대왕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불교의 설법을 이해하고 음미하며 걷는다면 다른 관점으로 볼수도 있겠으나, 오로지 자연이 주는 풍경의 측면에서 내가 느끼는 최고의 봉우리를 이야기한 것이다.
거리적 의미와는 상관없이 구봉중의 가장 가운데 위치한 제5봉은 대왕봉(大王峰)이라는 이름답게 큰 바위의 옆길을 지나 만나는 시원한 조망이 좋다.
대왕봉은 내인생의 최고의 순간은 저절로 오지 않으며, 온갖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안겨주는 기다림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망각의 늪은 더욱 깊어진다며, 당신의 뒤꿈치는 어디쯤 서 있나요?(조고각하 - 照顧脚下)라고 질문을 던진다.
시간이 그리 많이 소요되는 산이 아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걷는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나에겐 그런 여유가 없다. 카페에서 홀로 손님을 기다리며 일하고 있을 옆지기를 픽업하기 위해서는 짧은 능선길을 서둘러야 한다.
제4봉(관대봉, 官帶峰 - 벼슬길을 나서기전 기초를 충실히 다지라며, 3층 누각을 지으려면 1층부터 굳건해야하는데 기초는 쳐다보지도 않는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 제3봉(장생봉, 長生峰 - 유년기를 지나 청년기를 거치는 과정으로, 홀로서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라고 전한다)과 제2봉(아이봉, 兒以峰 - 인간이 세상에 태어남을 의미)을 거쳐 널목재가 있는 제1봉(양이봉, 養以峰 - 부모님의 금실자락으로 어머님의 뱃속에 잉태함을 의미)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이후의 등로는 부처의 설법을 곱씹지도 않았지만, 무슨 의미를 담고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걷는 봉우리 능선길과는 달리 모든것을 내려놓은듯 편안함을 주는 오솔길같은 느낌으로 법흥사를 향한다.
가을이면 더 계절감있는 낙엽길을 걸을수 있을것같고, 봄이면 또 잿빛을 원색으로 채색하듯 밝은 길을 걸을수 있을것같은 느낌의 길을 걸어 내려간다.
일반적인 산이라면 산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사찰에서 잠시 휴식겸 둘러보는 정도로 끝날테지만, 우리나라 5대적멸보궁中 한곳인 법흥사이니만큼 시골카페에서 열일하는 옆지기를 픽업하기 위해 귀가를 서두르기 전에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도 언제나처럼 세속의 욕심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일이 전부이다.
일에 대한 안정적 보장, 아이들의 건강함과 현명함 그리고 옆지기의 사업에 대한 기대 등등........ ^^;
기도하는 마음으로 거닐었다면 무언가를 얻고, 무언가를 내려놓고 왔어야 하거늘 잠시 일상의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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