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재약산>아직은 단풍보다 억새가 더 가을이다.
    오르다~ 山!!/명산(경상) 2018. 10. 8. 09:19
    728x90

    가을이 하늘~ 하늘거린다.

    하늘이 가을~ 가을하며 손짓한다.

    그러나 나는 파란 하늘이 아닌 억새의 하늘거리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가을을 즐기려는 수많은 산행공지 속에서 아직은 단풍이 절정이 아닌지라 억새를 찾아가는 행사를 들여다보며, 섵불리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못한다.

    약속은 지켜야하는데, 나중에 "약속은 깨지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핑계를 댈까 두려워서이다.

    그러다가 뭔가 일이 생기지않으면 조용히, 나름 Surprise~라고 슬쩍 일행들 속으로 동행을 하게 된다.

    나름 그런 갑작스런 반가움을 기대했는데, 어둠속에서도 너무 쉽게 알아보니 조금은 맥빠지는 출발을 한다. 

    산행일시 : 2018. 10. 03(수)

             최근에는 월 2~3회 주말의 산행계획이었는데 쉬어도 너무 쉰듯하여~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단장면 재약산(1,018m)

             재약산과 천황산이라는 두 봉우리의 산, 천황산이 일제때 붙여진 이름이라 하여 우리 이름 되찾기 일환으로 

             밀양시에서 통합하여 천황산 사자봉이 주봉이었던 것을 재약산 수미봉으로 바꾸게 된다.

             블랙야크 인증봉우리도 초기에는 사자봉과 수미봉 두곳을 모두 인정했었으나, 역사적 감성에 따른 변화에 발맞춰 

             현재는 재약산(수미봉)만이 인증장소가 된다.

             영남알프스 산군(해발 1,000m 이상의 준봉들로 이루어진다)중의 하나로, 억새가 장관이어서 많은 산객들이 

             찾는 곳이지만 사자평의 억새도 점점 빛을 잃어가는지 아니면 축제의 중심지가 간월산과 신불산 주변에서 

             이루어지다보니 발걸음이 멀어지는 것인지 주봉의 변화만큼 억울한 산이 되는듯하다.

    누구와 : 유영열, 이규영 셰르파 및 양재도전단들과 함께~

    산행코스 : 배내고개 -(1.6km, 55분)- 능동산(983m) -(3.9km, 85분)- 샘물상회(휴식) -(2.0km, 60분)- 천황산(1,189m) 

              -(1.0km, 40분)- 사자평(휴식) -(0.9km, 50분)- 재약산(식사 및 휴식) -(1.4km, 90분)- 고사리분교터 

              -(3.7km, 75분)- 죽전마을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4.5km, 총 7:35분(휴식 및 식사 등 1:30분 포함) 소요

    미리 약속은 하지않았지만 산행공지를 통하여 대충 몇시경 도착할듯싶다는 예견을 하고 밤새 달려온 배내고개 주차장(예전에 주차료를 냈던~)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 꽃단장을 하며 기다린다.

    이날은 산행들날머리이자, 종주산행시 경유지 및 휴식처가 되는 이곳에서 1~200m 거리에 있는 공영 무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한후 버스가 오기를 기다린다.

    한참 억새축제가 영남알프스 주변을 들썩이게 할 시기이지만, 새벽의 배내고개는 의외로 한적하니 들어서는 버스 한대도 쉽사리 눈에 띈다.

    그럼에도 나는 몰래 이들의 틈바구니에 섞여보려했건만....... ㅎㅎㅎ

    부산 몰운대에서 태백의 구봉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인 낙동정맥의 한 구간인 능동산(983m)을 오르며 머리카락 보일듯말듯 빼꼼히 내비치는 여명에도 설램 가득안고 고개를 돌리기를 수차례, 드디어 능동산에 오른다.

    선두는 또 저만치 앞서가지만 후미의 우리는 새벽 어둠을 뚫고 맞이하는 작은 봉우리에서의 아침을 즐겨본다.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 아침 여명이라면 그 설램과 희열은 오래 가지 못할것이다.

    그만큼 영남알프스의 주인공인 억새의 애기솜털같은 이파리를 비추이는 황금빛도 즐기지 못하면 아쉬울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듯, 능동산에서 능동2봉을 지나 샘물상회를 향하는 편안한 임도길에서도 붉은 선홍빛에서 밝은 노랑으로 변하는 여명이 싱그럽기만 하다.

    사자평에 가면 더 드넓게 펼쳐진 억새의 부드러운 춤사위를 즐길터이지만, 지금 이순간의 풍경조차 놓치기 싫다는듯 동행하는 발걸음은 쉽사리 1보 전진을 하지 못한다.

    이 시기 아니면 언제 또 즐길지 모르니 마음껏 즐길 일이다.

    산은 어디 가지않고 늘 그자리에 있으니 1년뒤, 10년뒤 아니면 천만년 뒤에 와서 그 희열을 느끼면 되지!!

    아니다.

    산은 늘 그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킬터이지만, 

    우리의 열정과 감성은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니 지금 열심히 즐겨야 하지않겠는가?!!  

    다른 산 같았으면 지나치는 차를 보며 편하게 오르고싶다는 욕구가 들끓었겠지만, 편안한 능선길 거니는 영남알프스의 산군에서는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발자국마다 반가운 손길을 건네는 억새를 외면하며 지나치면 결례가 아닐런지~ 

    그렇게 싱그러운 능선길 거닐다 도착한 샘물상회, 아침의 허기짐 따윈 느끼지 못할 풍경속에 있지만 참새가 방앗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산꾼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멈추게 된다.

    우린 벌금 내기 싫다며 내어지는 한두접시의 따뜻한 두부 한조각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요즘은 등산인들은 뭐만하면 범죄자가 되는듯한 제도속에서 나는 시원하게 목젓을 타고 흐르는 녀석을 먹었을까? 안먹었을까?

    다른 녀석들은 입안에 넣고 혀를 살살 굴리면 달콤함이 느껴지는데, 이 녀석은 진짜 시원하더란 말이야~~ ㅋㅋ

    억새가 흩날리는 등로 한켠에서 나도 봐달라는듯 피어있는 가을의 풍경들을 외면하지못하고........


    누가 누굴 보러 온것인지 때론 헷갈린다는듯이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풍경속에 들어가본다.

    역사적 의미로 인하여 해발고도는 더 높으면서도 재약산에게 그 명맥을 빼앗기는듯한 천황산의 주변에는 사명대사의 유품 등 많은 문화재가 있는 표충사()와 내원암()·서상암(西) 등의 사찰과 층층폭포·금강폭포 등의 관광 명소가 있으며, 

    또한 북쪽 사면의 높이 600m 계곡에는 밀양 남명리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이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오늘 함께 산행하는 일행들은 표충사로 향하지만, 몰래 틈바구니에서 동행을 하려던 나는 차량을 회수해야하기에 조금더 수월한 죽전마을로 향하기로 한다.

    천황산과 재약산의 사이 넓은 평야같은 억새밭이 바로 눈앞이다.

    아마도 이런 드넓은 평원을 기반으로 한때는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지않았을까??

    지금은 풍경을 즐기는 우리가 그 터를 누비며 일상의 즐거움을 영위하게 되는 변화된 세상을 보게된다.

    빌딩으로 꽉 들어찬 답답한 도심의 풍경속에서 벗어난 시간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등산이라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기에 거니는 곳곳이 쉼터라는듯 자리를 잡는 순간마다 배낭에선 무슨 먹거리와 이야기거라가 그리도 많은지~ ^^

    그 즐거운 이들의 표정을 하나씩 잡아본다.

    오늘 산행을 리딩하는 유영열셰르파는 다들 지난번 산행때 뭘 드셨길래 이렇게 빨라? 라고 말을 하면서도 기왕 이렇게 된거 우리의 산행은 짧고 뒷풀이는 길게를 외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렇게 오늘의 산행목적지인 재약산에서 인증과 함께 본격적인 식사(뒷풀이는 따로~)를 하며, 한켠에선 산사음악회마냥 언제나 감미로운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온다.

    식사를 하며 다들 자기들만의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듯 왁자지껄 하면서도, 하모니카 소리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듯 연주가 끝나면 감사의 박수~ ^^

    그렇게 음악이 있는 휴식과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한다. 

    한때는 화전민의 생활터였음을 짐작케하는 고사리분교터까지 동행을 하며 아쉬운(절대 뒷풀이가 아쉬운것은 아니라는~ ^^) 헤어짐의 시간을 갖는다.

    동행하는 걸음도 즐거우나, 나만의 걸음을 옮기는 죽전마을까지의 걸음도 그리 나쁘진 않다.

    다만, 고사리분교에서 죽전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 대관령 아흔아홉구비 길보다 더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느낌의 지루함이 향후 영남알프스 구간을 또 걷게된다면 피하고 싶은 코스일듯한데, 큰 환종주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또 걸어야 할 그런 길이 아닐까싶다.

    죽전마을까지 하산, 그러나 대중교통이 원할치않은 배내고개까지의 여정이 살짝 걱정되는데 지긋한 여사님 일행이 나의 손길을 외면하지않으니 감사할 일이다.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