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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신년이면 첫날의 일출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갔어야하는데~오르다~ 山!!/명산(강원) 2025. 1. 13. 20:39728x90
산에 대한 열정이 식었음이 분명하다.
새해 첫일출산행을 설악에서 만나야지라며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귀찮다고 어기적거리다가 가까운 숲길로 들어서고, 설악을 찾으려면 토요일에 올랐다가 일요일 하루 쉬어줘야된다라는 스스로의 강박관념이 있으면서도 토요일을 패스하고만다. 이런 자신을 질책하면서 일요일에라도 올라보자라고 배낭을 대충 꾸려본다.
산행일시 : 2025. 01. 05(일) 흐림 그리고 정상부는 눈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 대청봉(1,708m)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소공원주차장 -(3.3km, 45분)- 비선대 -(3.5km, 75분)- 양폭대피소 -(1.8km, 55분)- 희운각대피소
-(2.8km, 120분)- 정상 -(2.8km, 120분)- 무너미고개 -(3.6km, 75분)- 귀면암 -(4.2km, 70분)- 소공원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23.1km, 총 9:20분(휴식 55분 포함) 소요
설악의 일출을 보려면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한다. 콜택시를 불러 소공원(조양동에서 2만원)까지 이동하여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소공원을 지나 비선대에 도착하니 철문이 개방되는 시간(4시)에 맞춰진다. 이정도면 괜찮은 페이스라며, 어둠속에 풍경을 볼 일이 없으니 걸음이 빨라진다. 그렇게 양폭대피소 기점에 도착하여서도 어둠은 걷히지않는다.
오히려 어둠이 걷힌다면 일출산행은 실패라는 증거이니 캄캄한 어둠의 길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양폭대피소 기점을 지나면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하산을??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볼수 없음을 예견한 산꾼들 일부가 대피소에서 하룻밤 기거한 후 일찍 걸음을 서두른듯하다.
그러나 살짝 날리는 눈발을 온몸으로 느끼면서도 일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내려놓지못하는 나는 뭔지? ^^;
희운각대피소의 불빛이 반갑다. 계곡에서의 포근함은 겨울날씨답지않아 날씨만 좋다면 일출을 마음껏 즐길수 있겠다라는 생각이었지만, 희운각 기점에서 서서히 능선의 바람소리와 차가워진 기온을 온몸으로 느낀다.
잠시 휴식과 칼로리 보충의 시간을 가진후 아이젠을 착용하고 마지막 오르막 구간에 박차를 가한다.
서서히 하늘빛이 옅어진다.
흰눈이 소복히 쌓인 설악의 등로는 눈꽃의 향연을 펼치듯 눈호강을 시켜주는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중청대피소 구간을 지나며 갑자기 양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난다.
처음의 경련은 찬바람을 맞으며 마사지를 하고 조금 괜찮아진듯함에 짧은 오르막에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느순간 쓰러질듯 경련이 일어난다.
이런 몸상태로는 그냥 되돌아가는 길에도 또 경련을 느낄것이라며 몇몇 등산객이 지나가던 말던 길 한가운데서 양쪽 발을 마사지하며 뭉친 근육을 풀어낸다. 겨우겨우 정상에 오르고는 매서운 칼바람을 버티지못하고 바로 내려선다.
정상에서의 잠깐의 인증시간에 느낀 추위는 공사중인 중청대피소의 컨테이너에서 바람을 피하는 시간으로 대체하고, 매서운 칼바람을 피해 다시 되돌아서는 길에는 어둠에 선명하지않던 능선부의 상고대를 다리의 경련을 잊으려는것처럼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것같은 중청대피소의 무인화 운영이라지만, 공사를 위해 설치한 컨테이너 외부의 조감도는 깔끔한 현대식 건물로 괜찮아보인다.
구조대 활동을 하는 친구의 말로는 무인화라고 하지만, 시설의 관리를 위해 대피소의 일부시설(지하공간?)에서 공단직원들이 교대근무로 자리를 지킬 예정이라는 귀뜸~
어찌되었든 오를때의 근육뭉침이 눈이 살짝 다져진 하산길에는 버텨줄까 염려스럽지만, 오히려 나의 컨디션이 엉망이니 중간중간 쉬어가는 산객들이 걱정스럽다는듯이 안부의 인사를 건낸다.
정상에서의 눈보라와 칼바람에 조망을 즐길 환경이 아니었지만, 오름길에 어둠의 시간을 잠시 밝혀주었던 희운각대피소를 향하는 길에 공룡능선의 기암이 연출하는 당당함이 옅은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날씨, 혹여나 밝은 여명으로 시원한 풍경을 연출하지는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이내 기대를 접는다.
그렇게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하여 대피소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고자 양해를 구한다. 예약자만 들어갈수 있도록 대피소 공간의 출입문이 잠긴 것인지 출입문이 꽁꽁 닫혀 열리지않는다. 직원이 시건을 해제하고서야 들어선 대피소는 나의 컨디션을 감안했을때 그렇게 아늑할수가 없다.
양다리에 경련이 있어 조금 쉬어야겠다는 말에 공단직원이 건네는 맨소래담과 근육이완용 활성비타민알약(개인의 부작용을 감안하여 복용을 강요하지는 않는다.)을 바르고 마사지하며 복용까지, 그리고 약간의 아늑함을 느끼며 쉬는 시간을 가져본다.
흐린 날씨지만, 해가 중천에 떴을 시간의 천불동계곡의 구간은 한여름과 가을의 단풍시즌과는 다른 느낌으로 눈길을 끈다. 계곡 주변 모두가 하얀 눈으로 뒤덮힌 세상이 아닌, 계곡 본연의 색감과 하얀눈의 대비가 품어내는 무채색의 수묵화같은 풍경은 예상보다 긴 산행시간이었지만 걸음을 느리게 느리게 만든다.
충분히 즐겨볼만한 천불동계곡의 겨울풍경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만나보도록 하자.
그렇게 가고싶은, 우리나라 최고의 명산 설악산을 앞에 두고도 의욕상실이라는 변명으로 속앓이하다가 찾으면서 거친 설악이 최고의 산임을 온몸으로 여실히 느낀 새벽부터 오전의 시간은 귀면암 앞에서 잠시 긴장을 하게된다.
평소 좋은 컨디션에서도 귀면암 앞에만 서면 기운이 쪽 빠지던 경험, 그러나 이미 기운이 빠졌으니 더 빠질 기운이 있을까? ^^;
무사히 귀면암 앞의 데크계단을 올라 새벽 어둠속에 바라보았던 모습을 천천히 훑어보며 쉼, 그리고 마지막 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그렇게 산행의 마무리는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며 친구가 운영하는 권금성식당에서 따끈한 황태국에 밥을 개눈 감추듯 말아서 먹고 귀가를 한다.
황태해장국의 진미는 인제(용대리)의 수많은 가게지만, 들기름에 황태채를 볶아 뽀얗게 국물을 우려내어 끓인 해장국과는 달리 황태채 자체를 물에 불린후 바로 끓여낸 황태국은 또다른 맑음의 맛을 전한다.
다음 설악을 찾을때는 이렇게 나약한 육체가 아니길 바라면서 을사년(乙蛇年) 첫설악의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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