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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운해와 설경에 취한다.오르다~ 山!!/명산(강원) 2024. 2. 15. 13:46728x90
내가 언제 산을 취미로 삼기 시작했을까? 알수 없다.
고등학생때만 하더라도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울산바위를 오르는 것도 대단한 산행이었는데, 지금의 울산바위는 설악을 다녀올 여건이 안되면 살방살방이라며 가볍게 다녀오는 곳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면서는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곳이 산이 되어주는 정도였으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취미의 전부로 삼게 된 것은 10여년전의 명산도전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취미가 되기전부터 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분명히 설악산이다. 그 중에서도 우연히 올랐던 정상에서의 운해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경이롭기까지 했으니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으면서도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은 없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던 시기도 아니었으니 기록을 남기지도 않았고, 인증이 중요한 시기도 아닌 한번 다녀왔어라는 자신만의 추억으로 남기는 산행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이런 기억을 어떻게라도 남겼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를 하게된다. 그런 희미한 기억을 덮기라도 할듯한 운해를 설악에서 만난다.
산행일시 : 2024. 2. 04(일) 땅은 흐리고 하늘은 맑음~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속초시 일대 설악산(1708m)
누구와 : 설담(雪談) 멤버 3명과 함께~
산행코스 : 남설악탐방센터(오색) -(1.8km, 65분)- 오색제1쉼터 -(2.9km, 2:30분, 설악폭포 기점 식사)- 오색제2쉼터
-(1.3km, 1:25분)- 정상 -(3.8km, 1:45분)- 희운각대피소(점심식사) -(2.2km, 2:30분)- 양폭대피소
-(3.7km, 1:20분)- 비선대 -(3.3km, 50분)- 소공원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9.1km, 총 11:25분(휴식 및 식사 3:50분 포함) 소요
이미 한차례 설악으로의 걸음에 아쉬움이 있던 멤버(이번에는 친구대장이 참여~)들은 마음속 한곳에 풀지못한 숙제가 있다는듯이 날짜를 맞추기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도 계획한 걸음을 제대로 못걷는것 아닌가라는 불안함...... 어찌보면 나혼자 그리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설악을 가고싶으면서도 자꾸 쉬운 산을 생각하고 있으니~ ^^;
그러면서 의기투합, 그러나 지역의 날씨는 하늘위로 구름이 깔려 잔뜩 흐리기만 하고 일출을 기대할 수 없으니 시간을 조금 늦춰 천천히 움직이기로 한다.
오색에서 소공원코스이니 차량이동이 문제다. 배짱좋게 카페보라여우 사장에게 픽업을 부탁하여 들머리에 도착, 드디어 설악에 대한 도전이다.
다들 겨울날씨 치고는 봄날같은 포근함에 모두 레이어링한 쟈켓을 한꺼풀씩 벗어던지면서도 지난번 같은 힘든 걸음은 없다는듯이 잘 오른다. 그러나 설담멤버 특유의 느릿한 걸음...... 대장은 그런 멤버들에게 못따라와도 혼자 극복해야한다는듯이 저만치 앞서간다.
우리의 삶속에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꼭 모두를 살갑게 챙기는 것만이 리더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것 같다.
명산도전프로그램의 스탭으로 활동하면서 늘 도전자들을 이끌고 함께 도전의 길을 함께 해야된다고 생각했는데, 도전자의 산행에 대한 자세를 스스로 찾는 방법은 지금의 친구처럼 저만치 앞서가며 따라오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는 것이 도전일수도 있음을 배우는 걸음이 되어준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산아래의 흐린 날씨때문에 조망은 전혀 기대하지않은 걸음이건만, 날이 밝으면서 건너편 점봉산 자락의 봉우리와 산군들이 구름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환호성 일발 장전~ 그렇다 이제 시작일뿐인 설악의 설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느릿한 걸음속에서도 산행을 위해 비워둔 뱃속을 채워야한다며 하얀 눈밭 위에서 매운맛의 라면이 끓기 시작하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에 흠뻑 취한다. 오늘 산행은 취할 일만 있음을 풍경과 라면이 맛보기로 보여준다.
아무리 봄날처럼 포근한 설악의 품속이어도 걸음을 멈추고 있는 시간은 손끝과 발끝을 시리게한다. 다행히 간이쉘터가 온기를 모아준다. 덕분에 빨간맛에 취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
늘 산을 오르는 걸음속에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다며 사진을 담는 일은 적당히 참아내자고 하지만,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듯이 풍경은 연신 사진을 담으라고 강요한다. 결코 싫지않은 강요에 겸허히 굴복당할만하다.
포근한 날씨에 정상부로 갈수록 멋진 설화(雪花)가 눈부시게 할 것만 같고, 멀리 드리운 운해는 조금더 일찍 올랐더라면 다도해의 섬과 같은 설악의 풍경에 빠졌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홀로 거니는 산행이었다면 지치더라도 빠른 걸음을 옮겼을테지만, 함께하는 걸음은 대장이 한참을 앞서가더라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지금 순간의 풍경을 함께 즐기느라 걸음을 재촉할 수가 없다.
눈쌓인 등로가 높아져 하늘이 그만큼 가까워지지만, 앙상한 나뭇가지가 시야를 가렸던 아랫쪽의 등로와 달리 정상부로 향하면서는 의례히 펼쳐졌던 천국으로 향하는 길과 같이 눈꽃과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온몸을 관통한다.
결코 한겨울의 찬공기때문이 아닌 몸과 마음에 상념따위 씻어내려는듯 시원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드디어 정상, 설악의 대청봉에 올라선다. 예년의 기온과 날씨였다면 혹한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등으로 서있기조차 버거웠을텐데 너무나 포근한 봄날같은 기온과 바람이라고 할수 없는 살랑이는 공기의 움직임속에 멀리 천불동계곡과 봉정골 사이로 넓게 드리운 구름에서 머리를 내밀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는 공룡능선 그리고 오색의 방향으로 화채봉의 머리끄트머리의 풍경은 마치 다도해의 섬인냥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날씨, 풍경 어느 하나 놓치지않겠다는듯이 연신 주변을 조망하며 모처럼 설악의 절경속에 노니는 시간이다.
후기를 힐끗 보는 이들은 지겨울지라도 좋은날 설악을 오른 당사자는 이곳저곳에서 인증을 남긴 기억을 남기느라 공간을 할애하기 바쁘다. ^^;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내려서기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미 오름의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하였기에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둔채 회운각에서의 점심파티를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하산길에는 추억의 공간이 될 중청대피소의 철거현장도 겨울의 한파가 지속될것을 예견하며 멈춰선 장비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풍경도 잠시, 맑은 날 춥지않은 겨울의 풍경은 정상에서 희운각으로 가기위한 내리막 길에서도 밀리지않겠다는듯 감동을 선사한다.
소청을 향하며 운해에 가려진 공룡능선의 봉우리들 대신 조금더 가까운 용아장성의 이빨을 감상하며...... 가파른 내리막을 본의 아니게 눈썰매로 미끄러지듯 내려선다.
또다시 구름아래로 내려선 희운각 가까운 풍경은 조금씩 잿빛 머금은 수묵화로 다가온다.
희운각대피소 지붕 높이까지 쌓여진 눈, 그 길을 러셀하며 제설하였을 국립공원직원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뜨거운, 매운 만찬을 즐긴다.
다소 긴시간의 희운각대피소에서의 만찬을 끝내고 하산하는 길은 또 새로운 기분으로 설경을 즐기는 시간이다.
주변으로 시원한 조망이 트이는 것은 아니지만, 근경의 눈꽃들이 은은한 수묵화같은 천불동계곡의 풍경과 어울리니 하산하는 발걸음에도 하얀세상을 즐기기 그만이다.
천당폭포를 지나 양폭대피소기점을 통과하며 오련폭포 구간의 삭막한 겨울계곡은 하얀 눈이라도 없었다면 산행하는 산객들을 즐겁기보다는 잿빛풍경의 무거운 색채와 하나되어 한없이 가라앉았을지도 모르지만, 산을 그 계절에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어가며 산객의 즐거움이 퇴색되지않게 가꿔가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귀면암을 통과하고 발걸음을 서둘러 비선대를 통과한다.
이겨울 아쉬웠을 눈꽃산행, 겨울산행의 재미와 함께 운해까지 제대로 선사한 설악의 숨결은 또다른 아쉬움에 언제 이계절의 절경을 다시 만날까 고민하게 된다.
산행후 열흘 넘게 지난 지금 속초는 폭설이 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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