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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가을의 문턱에서 운무 가득한 대청을 마주하다.오르다~ 山!!/명산(강원) 2023. 9. 17. 15:32728x90
인생의 기로에서 선택은 중요하다.
싸워야 할 것인가? 좋은게 좋다고 한발 물러나야할 것인가?
내몸이 피폐해지더라도 싸웠어야 할까? 여전히 선택의 앞에서 갈등하지만 그 결과는 낙오자가 된듯하다.
어떤 조언이더라도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니 이또한 내가 극복해야할 일이다.
산행일시 : 2023. 9. 06(수) 날씨 흐림 그러나 덥다.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일대 설악산(1,708m)
누구와 : 카페보라여우 사장과 함께~
산행코스 : 한계령휴게소 -(2.4km, 1:25분)- 한계삼거리 -(4.1km, 2:05분)- 끝청 -(0.8km, 25분)- 중청봉
-(0.9km, 45분, 중청대피소 점심)- 대청봉 -(2.1km, 1:50분)- 설악폭포 상단 기점 -(2.7km, 1:30분)-
남설악탐방센터 -(1.2km, 20분)- 오색주차장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4.2km, 총 8:25분(휴식 1:20분 포함) 소요
청주의 짧았지만 고단한 생활을 정리하고 속초로 되돌아와 또 얼마가 될지 모를 한량의 생활이 이어진다.
그런 가장의 무게를 웃으면서도 속이 타드러갈 옆지기(카페보라여우 사장)는 일주일중 하루 쉬는 날이 또다른 일상으로 바쁘다면서도, 나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산행을 결심한다.
잘 걸을수 있을까? 버스 시간 확인하며 어떻게 이동하지? 걱정이 태산이다.
걱정을 걱정하면 걱정이 없어질까? 일단 늦은 시간(대중교통편으로 시외버스 첫차가 3시간 이상 늦춰졌기에 이용을 하게되면~) 산행은 하산길 어찌될지 알수 없는 상황이기에 포기하고 자차로 이동하여 오색주차장에 주차후 한계령휴게소까지 택시(2만원)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홀로 산행할때는 감히 엄두도 못내는 부르주아급 산행의 시작인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산행의 시작은 백팔계단을 출발하면서부터 거친 숨을 토해내게 한다.
혹시라도 이번 설악의 품속을 걸을때는 운해가 발밑에 깔려 온통 하얀 설악의 세상 그 위에 대청봉, 중청 그리고 공룡능선 등의 산등성이가 살짝 얼굴을 내민 설램 가득한 풍경을 기대했으나, 눈앞에 운무가 구름이 지나치는 상황이 연출된다. 그래도 간혹 계곡 건너편으로 드러나는 설악의 산능선의 찰라의 모습을 잠시라도 즐기겠다고 가던 발걸음 멈추게 되는 욕심은 감출수가 없다.
풍경에 대한 아쉬움은 발아래 피어있는 야생화들, 구체적으로 금강초롱과 투구꽃이 경쟁하듯 청보라빛을 발하고 있다.
기억의 소멸때문일까? 이계절에 오른 적이 없었던걸까? 설악의 이 길에서 이렇게나 많은 금강초롱과 투구꽃을 만난적이 있었던가라며 늘 거닐었던 그러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등로를 걷는다.
기억에 없는 꽃이었다면 보호되어 이제는 설악의 숨결과 품속에서 잘 자리잡고 있음이라는 증거라며 다행스럽게 여기면되겠지만...... 기억의 소멸이 인지하는 현재의 풍경이라면 걱정이 태산이다. ㅎㅎㅎ
이제 거친 오르막은 다온거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한계삼거리 기점에서 인증사진 한컷 남기고 계획한 걸음을 옮긴다.
가을, 버섯의 계절이다. 그러나 익히 알고있는 유명세의 맛깔스런 버섯이 우리 눈에 보일리는 만무하다. 헛물 켜지말라며 등로 한가운데를 떡하니 막아서는 주목의 자태를 무시하고, 운무 가득한 한계령 방면을 되돌아보다 옆지기가 담아주는 한컷~ 운무와 기암의 풍경이 어우러진 앞에서 주인공이 된듯 남겨진 사진을 보며 옆지기도 이젠 사진좀 담을줄 아는데~ ^^그러니 나도 한컷 담아주려했더니 무서워서 바위위에 서지 못하겠다고......
아쉬운대로 조금더 걸음을 옮기다 만나는 수풀사이로 옆지기의 자연스런 모습을 담아본다.
한계삼거리를 기점으로 금강초롱과 투구꽃의 군락지가 전장터의 군대가 서로 밀고 밀리듯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한계령에서 한계삼거리까지는 금강초롱의 우세, 그 이후에는 투구꽃이 지역을 통일하듯 군락지를 이루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히 드러나지않게 자신만의 존재를 꽃피우는 용담도 청보라빛의 결투장에 드러서려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풍경이 좋으면 산행의 눈길은 원경을 위주로 담게 되고, 곰탕이라는 맛깔스런 조망의 한계를 표현할때는 가까운 사물에 눈길이 가게 된다. 금강초롱, 투구꽃 속에서 드러나지 않으려 애쓰지만 드러나는 자태의 용담꽃의 선명한 색감에 취해 거닐면서도 운해가 훑고 지나가는 찰라의 설악의 자태를 모른척 할 수가 없다.
잠시라도 하얀 구름이 바람의 숨결에 흩어지며 드러나는 싱그런 초록의 빛깔, 이 순간이 최고의 설악의 모습이라며 발걸음을 멈춰 눈길을 준다.
그리고 빗물 머금어 초라한 행색이지만 분홍빛의 싱그러운 향을 전하는 산오이풀 그리고 흔하디 흔하지만 가을은 나의 계절이라며 소박한 자태를 과시하는 구절초의 단아함을 마주하며 거닐다보니 어느새 끝청이다. 보랏빛에 취해 거닐며 만난 끝청부터는 해발고도의 변화를 보이듯 풋풋한 자태의 구절초가 가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알리고 있다.
대청봉이 지척이니 쉬어갈만하지만 왠 날벌레가 그리도 많은지....... ㅠㅠ
살짝 흐린 날씨속에서 이제는 중청대피소는 추억의 장소가 될듯하니 중청봉의 군시설에서 인증을 남기려 걸음을 옮긴다. 이젠 중청봉 구간도 자연스레 개방구간이라는듯이 길이 훤히 드러난 상태다.
풍경의 감흥은 없어도 중청봉을 지나는 바람의 신선함이라도 즐기고 싶건만 뜬금없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심상치않은 빗방울에 챙겨온 비옷을 각자 걸치고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이동한다.
무인대피소로 본연의 역할로 회귀하게 될 중청대피소에서 다음에 어떤 추억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옆지기와 오른 설악에서의 식사가 얼마나 또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중청대피소에서의 식사는 마지막이 되지않을까?!! ^^;
그러니 빵한조각의 식사이지만 인증샷 한컷으로 중청대피소에서 옆지기와의 추억을 남긴다.
심한 빗줄기는 아니지만 오락가락, 비옷을 걸치느냐 마느냐의 갈등은 각자의 판단~
시정은 한치앞도 안보이는 곰탕이었다가 순식간에 대청봉이 드러나는 듯하지만 또 자취를 꼭꼭 숨긴다.
하늘빛을 봐서는 정상에서의 풍경감상은 포기이겠지만, 한순간 드러나는 초록의 빗물 머금은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괜한 헛물만 삼키게 된다. ^^;
드디어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에 올라선다. 적당히 선선함이 전해지는 바람과 함께 운무가 씻겨가길 기대하면서 한참을 머무른다.
"설악은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자체로 설악이다."를 외치면서도, 이순간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만나고픈 욕망은 쉽사리 사라지지않는다.
눈앞의 가을의 풍경을 담으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라고, 산위에서 시간을 낚는 강태공처럼 하얀 운해에 눈의 찌를 드리운다.
진정한 강태공은 낚시대를 접을때를 아는법, 우리의 기다림도 접고 오색으로 하산을 할때가 되었다.
늘 그렇듯 마음을 비우고 하산을 하다보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하늘이 조금씩 열리는듯한 착각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닐테다. 사실은 구름의 층을 벗어난 현실세계에서의 착시현상일테다.
맑은 시야에서 확인되는 것은 오색(남설악)탐방구간은 등로정비공사중이다.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작업자들에게 방해가 되지않도록 안전한 걸음을 옮겨야겠다.
오랜만에 찾은 설악은 충분히 쉬어가며 걸었음에도 모처럼 험한 등로를 지나왔다고 온몸에 긴장감을 남겨준다.
아무리 운무가 가득한, 조망이 가려진 잿빛의 정상일지라도 설악에서의 희열은 그대로 전해지는 "설악은 설악이다"를 또 속으로 외쳐본다.
서서히 가을로 물들어가는 산야, 그 중심에 설악이 있다면 SNS를 통해 공룡능선의 이야기들이 올라온다. 또 준비해야 하지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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