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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20대명산챌린지>팔봉의 아기자기함은 어딜가고 땀으로 샤워~오르다~ 山!!/山 2024. 7. 16. 18:25728x90
그리 심한 장맛비도 아니었는데(중부지역은 큰 피해가 있었지만, 강원권은 장마라는 느낌이 없었다) 올초 복토한 흙들이 아래쪽 논으로 일부 유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적당히 복토하고 사면을 다지고 비닐을 쒸우고 배수로까지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간단히 끝날줄 알았는데 하루 온종일을 밭(원래 논이다)에서 보내고는 찌푸둥한 몸을 쉬어줘야되는데...... 그냥 쉬지를 못하는 성격에, 지인의 산행소식이 올라오니 급작스럽게 어는산이든 걸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큰산을 거닐고도 싶지만, 결론을 알수없이 진행하고 있는 강원20명산을 찾아가기로 한다.
산행일시 : 2024. 7. 14(일), 집에서는 흐리고 비도 간간히 흩날리지만 산행지는 땡볕의 맑음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서면 팔봉산(327m)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매표소(주차장) -(0.5km, 20분)- 제1봉 -(0.2km, 10분)- 제2봉(정상) -(0.7km, 60분, 봉우리 경유)- 제8봉
-(1.1km, 25분)- 매표소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2.5km, 총 1:55분(휴식 및 인증 15분 포함) 소요
가볍게 생각하는 산에서는 복장부터가 달라진다. 먹거리부터 용품들을 챙기지않더라도 배낭을 기본으로 메는데, 이날은 힙색으로 대신한다. 그마저도 땀을 닦을 타월도 챙겼으면서 차에 두고 가볍게 다녀오마 하며 1봉을 향한다.
여름 더위에 뭐가 늘어지듯이 넝쿨식물의 열매가 늘어진 모습을 뒤로, 걸음을 옮긴지 얼마나 되었다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뭐지, 이건 아닌데~"라며 팔봉산 제1봉을 향하는 길, 짧은 거리와 시간이지만 제1봉만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적당한 오르내림의 봉우리능선을 거닐면 된다며 스스로 위로를 하며 걷는 걸음은 바지속으로 흐르는 땀이 두발을 찝찝하게 만든다.
짧은 거리의 아담한 산 그러나 그 속살은 우기와 동절기 산행에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에, 한동안 찾지않았던 시간의 흐름속에 데크와 철제계단 등이 정비된 모습이다.
1봉을 오르고 정상이라고 하는 제2봉을 향하면서 벌써 나약해지는 나의 몸과 정신, 가볍게 인증만 하고 내려가서 다른 산을 또 인증할까?
아무리 나약해져도 이정도에 중탈은 있을수 없다며 정상에서 다른 산우님의 도움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주변의 조망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땀을 훔치며 적당히 눈에 담고, 팔봉산을 끼고 휘도는 홍천강의 물바람이라도 불어주길 기대하지만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는듯 공기의 흐름은 미동도 없다. 나는 지금 산소가 없는 우주의 어느곳에선가 정신을 잃지않으려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명산100 프로그램의 스탭으로 활동을 했으면서도 GPS발도장을 찍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3봉을 지나, 제4봉으로 향하는 길에도 해산굴 따윈 안중에도 없다며 편한 길을 찾는다.
3봉, 4봉을 지나 5봉 그리고 6봉을 오르내리는 시간과 풍경속에서 어렵사리 스마트폰에 여정을 담기는 하지만, 이정도의 산행에도 땀을 비오듯 흘리고 두 다리는 허공에 뜬듯 조심스런 암릉길의 걸음은 담긴 여정의 감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여름산행은 계곡과 강의 물이 있는 산을 찾아야한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산우들이 6봉과 7봉의 사이 비좁은 안부에 가득 모여 소풍을 즐긴다. 이들의 웃음소리는 나의 걸음도 유희가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동해안쪽은 보슬비 그리고 적당히 내려앉은 기온으로 산(설악)을 찾았다면 오히려 한기를 느꼈을법 한데...... 이미 전날의 피로감으로 거친 산을 배제하고 즉흥적으로 찾은 홍천의 팔봉산은 나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든다.
힘들어도 그 산을 즐길수 있는 기후라며 오히려 몸은 욕을 해도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산길을 거닐었을텐데~
무더운 날씨에도 소풍을 즐기듯 팔봉산에 자리잡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나의 신세는 처량해질터, 그들을 외면하는지 나의 체력을 한탄하는지 모를 걸음만 7봉으로 옮긴다.
저 앞이 7봉인가? 언제 팔봉산에 6.5봉이 생겼을까? 암릉을 사족보행하듯 오르면서 팔봉산에도 칼바위능선길이 있었던가?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지금 생각해보니 꼬맹이를 업고 이곳을 오르내린적도 있는데, 지금은 내 한몸 간수하기도 이렇게 어렵다는 현실은 아직 가봐야할 자연이 무궁무진함을 앞에 두고 좌절보다는 불만이 증폭한다.
그렇게 7봉까지 오른다. 팔봉산의 봉우리들을 앞에 두고 이렇게까지 나약해지는 육체는 아마도 처음부터 인증만 하고, 지난해 거닐어보겠다고 했던 통상적 들머리(매표소)가 아닌 산 반대편 숲길을 거꾸로 확인해볼까라는 의중이 딱 거기까지의 체력으로 세팅된 것은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이른다.
그럼에도 나는 8봉으로 향한다. 앞서가던 다른 산우들은 8봉은 하산길이 거칠기만 하고 볼게 없다며 바로 하산을 하려하는데...... 모르는 길이라면 모를까? 나는 팔봉산은 8봉을 다 걸었을때 비로소 다녀갔다라고 말할수 있다며 또다시 오름의 사족보행을 한다.
드디어 팔봉산의 8봉을 모두 올랐다. 정상석의 인증이 아닌 억지로 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인증을 남기며 하산을 서두른다.
굳이 시스템의 인증이 아니어도 내가 다녀갔으면 그것으로 만족을 하면 그만인데, 이미 우리는 시스템의 노예가 된듯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시스템 인증의 조건인 GPS발도장을 남기지 못하였음을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알았다고 한들 여기서 다시 되돌아 갈텐가? 어림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겐 긴급인증이 있다. ^^;
Tip, BAC의 인증은 한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인증가능하지만, 긴급인증은 프로그램 하나만 인증이 된다.
꼭 필요한 인증으로 사용하여야 함.
팔봉산 8봉에서 홍천강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철계단의 시설이 오래전부터 조성되어있지만, 가파른 경사는 계단이 아닌 사다리라고 여겨도 될 정도이니 조심해야 한다.
사족보행은 두발의 힘도 소진하게 만들지만, 두팔의 힘까지도 세상 어디론가 표 안나게 빼내어갔으니 하산길에서 두팔의 버팀도 조심스럽기만하다.
그렇게 암릉의 오르내림도 끝이 난다. 홍천강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뛰어들고 싶은데...... 욕심의 끝을 향해 또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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