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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자령>눈의 고장에서 만나는 봄의 불청객
    오르다~ 山!!/山 2021. 2. 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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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의 고장 강원도, 눈의 마을 평창과 대관령이라는 말은 이젠 퇴색한 말일까? 유난히 올해는 겨울을 상징하는 눈을 구경하기 힘든 강원도의 모습이다. 그래도 대관령과 선자령은 눈이 아직 남아있지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명절연휴의 첫날을 그곳으로 옆지기와 달려간다. 옆지기가 운전하는 옆좌석에 앉아서 어느순간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피곤함따위는 상관없다는듯이 선자령으로 향한다.

    도착한 대관령마을휴게소에서 둘러본 주변의 백두대간 줄기는 이곳도 겨울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래도 속살을 파고 들어가면 눈이라도 밟아볼수 있지않을까? 코로나 시국에 자연을 찾더라도 단체산행 금지, 마스크 착용은 필수~라는 이런 상황이 어서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주차장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산길이야 그리 힘들이지않고 거닐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지,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손아귀에는 멍멍이를 이끌고 산책하는 이들의 개목줄이 하나씩은 다 들려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욕먹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즐겨도 시원치않을 곳에 크고 작은 멍멍이까지 하나씩 이끌고 다니는 것은 영 탐탁치않다. 그 좋은 호시절 수많은 등산동호회들이 다녀가며 걸어둔 시그널을 강아지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듯한 모습이다.

    산책하는 이들만 불편함을 전하는 것이 아니다. 선자령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눈이라고는 수많은 탐방객들의 발걸음에 짖밟혀 얼어있거나, 봄의 기운에 녹아서 질퍽거리는 봄의 불청객이 맞이할 뿐이다.

    당분간 이런 불청객과 마주치지 않으려면 산행을 쉬어야할까? 절대 그럴수는 없다. ㅋㅋ

    기대했던 눈쌓인 선자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질퍽거리는 탐방로를 요리조리 피하며 가다보면 전망대, 전체적인 산행의 느낌은 흥겨움이 사라졌어도 전망대에서 잠시 흐린 하늘속의 조망은 바라봐주는 것이 예의이다.

    눈의 고향, 눈의 고장과도 같은 대관령 일대의 설경은 아니어도 바람의 영향은 고스란히 간직한듯 높게 자라지 못하고 잔뜩 웅크린 모습의 나무들도 잔가지는 길게 뻗지못한채 줄기에 애처롭게 매달려있다. 이런 동네이니 풍력발전이 속속들이 들어서며 또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어디를 밟더라도 온통 진흙을 묻힐뿐인데도 조금이라도 질퍽한 흙을 밟지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선자령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멍멍이와 진흙에 감흥을 잃어서일까? 선자령의 상징과도 같은 풍력발전을 배경으로 풍경을 즐길 기분도 내지 못하고 멀리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스키장을 바라보며 한컷 담아주고 걸음을 옮기는게 전부~ ^^;

    그래도 백두대간의 능선자락 한가운데 풍차와 함께 우뚝 서있는 선자령 표지석 앞에 당도하였으니 인증사진 하나는 남기자. 옆지기도 설경의 기대감이 커서였을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못하고 어서 하산을 서두르는 눈치? 명절연휴 첫날을 우리부부만의 유희를 즐기기엔 아이들에게 미안하니 어서 귀가를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이다. ^^

    기대한 눈은 없지만, 조금이라도 하얀 세상이 연출되면 억지로라도 그 속에서의 흔적을 남겨본다. ^^;

    순백의 눈과 함께 겨울의 풍경이 무색하게 봄의 불청객 앞에서 등산화는 진흙과 사투를 벌이며 나의 발걸음에 울분을 토할뿐이다. 아~ 올겨울은 이렇게 눈을 즐겨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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