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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학봉>박배낭 짊어지고 암릉에서 3시간 사투를~
    오르다~ 山!!/명산(충청) 2020. 3. 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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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2~3시간 코스를 밟아볼까? 짧게 1시간 코스로 바로 치고 올라볼까?학봉전망대에서~

    이런 고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시간 코스를 3시간 가까이 네발로 바위에 붙어보기도 하고 기어오르기도 하며 겨우 겨우 학봉 데크에 도착하니 그냥 눕고 싶다.

    희뿌연 미세먼지로 조망이 그리 시원하지도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묵직한 어깨의 짓누름과 다리를 통해 전해지던 긴장감은 희열이다.

    산행일시 : 2020. 3. 21(토) 맑지만 뿌연 공기속~

    산행장소 : 충북 제천시 청풍면 학봉(鶴峰, 774m)

                  학현리 ‘마을 자랑비’에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날아가던 학이 잠시 쉬어

                  가려고 동남쪽 금수봉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바위로 변하였다 하여 지금도 그 바위를

                  학바위라고 칭하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산의 모양이 학이 앉은 형상을 띠기

                  때문에 학봉이라 명명되었다.   - 향토문화전자대전  참조 -

    누구와 : 두분의 셰르파와 함께

    산행코스 : 제천학생야영장 -(0.6km, 15분)- 신선봉 갈림길(여기서 문제~) -(0.8km, 1:45분)-

                    미인봉 갈림길 -(0.3km, 30분)- 학봉전망대 -(0.5km, 45분)- 학봉

    산행거리 및 시간 : 2.2km, 총 3:15분 소요(엄청난 휴식시간과 함께~)

    들머리 안내판 - 현위치에서 학봉까지 갈림길 없는 옛 안내도

    제천학생야영장 바로 앞에서 시작되는 학봉으로의 걸음은 비록 박배낭을 짊어지었을지언정, 짧은 구간으로 여유가 넘친다.

    그럼에도 안내도를 한번 들여다보며 조가리봉(까리봉)과 저승봉(미인봉)으로의 긴 걸음을 못함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숨긴다.

    문제의 이정표 - 들머리 안내도와는 달리 갈림길, 우측의 신선봉(학봉)보다는 미인봉쪽으로 안내를 했어야 한다. ㅜㅜ

    짧은 거리만큼이나 초반의 편안한 등로는 우리를 시험에 들게하는 전조에 불과하였다.

    이정표만 철썩같이 믿고, 너무 이른 시간에 목적지에 오르는 것은 산과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산꾼의 예의가 아니기에 나조차도 쉬엄쉬엄 올라가겠다는 생각에 선배셰르파들의 걸음이 멈출때면 적당히 보조를 맞추어준다.

    너희들 많이 쉬었어? 그럼 힘좀 써야지~ 라며 초반의 편안한 등로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30분에 한번쯤은 가파른 경사와 로프구간이 반복되는 느낌, 그럴때마다 거친 숨과 함께 땀을 훔치며 쉬어가는 선배셰르파들은 1시간이면 박지에 도착하는거 아니었어? 라며 나를 질책하기 시작한다.

    노인들이 박배낭 짊어지고 버틸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다. ^^;

    이미 GPS앱을 확인한 순간 나는 초반의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가야 목적지에 빨리 갈 수 있음을 확인한 뒤였다.(일찍 공개할 수 없었다~ 너무 심심할까봐~ ㅎㅎ)

    미인봉 갈림길에서~

    조금 여유를 부리면서 미인봉(저승봉)을 갔다왔어야 했나? 두분의 셰르파들께서 쉬는 시간을 보장할겸 다녀왔으면 좋았으련만, 박배낭 매고 2시간~ 나도 지칠것같다는....... ^^;

    그런데 이 거친 등로에서 산악마라톤을 개최한다는 사실을 곳곳의 이정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게 더 놀랍다.

    학봉 전망대(손바닥바위)
    능선 좌측이 학봉데크, 우측은 학봉전망대

    학봉전망대 직전의 바위에서 또다시 휴식과 포토타임을 갖는다.

    물론 초반의 이정표에 대한 잔상이 남아서 바로 앞의 데크시설이 우리의 목적지이길 바라면서도 다른 일행의 움직임이 감지되니, 우리의 공간이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슬금슬금 기어들어온다.

    학봉전망대에서 - 손바닥바위
    학봉전망대에서 - 동산, 작은동산 방면 조망

    이미 젊은 남녀들이 자리를 잡은 학봉전망대는 우리에게 전세를 줄 여유가 없다.

    이곳까지 오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또다시 좌절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러나, 좌절할 여유가 없는 것은 애초의 목적지인 학봉(묘지)에도 다른 백패커들이 자리를 잡아버린다면 낭패가 아닐수 없다는 것이다.

    지쳐있는 선배셰르파들을 재촉하며 걸음을 서두를수밖에 없다.

    바위와 고사목

    걸음을 서두르더라도 멋진 자태를 뽐내는 고사목이 부르니 외면할 수가 없다.

    역광, 미세먼지 이런 것들만 아니라면 더 큰 감탄사를 내뱉으며 녀석과 눈길을 마주치지않았을까 싶다.

    분명 고지는 눈앞인데 쉬었으니 또 힘을 쓰라고 바위를 꼭 안으며 지나가게 만들기도 하고, 짧은 오름도 계속 이어진다. 그러니 또 숨한번 토하듯 쉬어가는데, 제2의 목적지 그곳에도 어떤이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학봉 철계단

    근 3시간을 오름과 암릉에서 네발로 기듯 오르기도 하고, 바위와 하나되어 품에 안으며 올랐으니 조망부터 눈에 담으며 숨을 고른다.

    한무리의 백패커들이 전세내어 즐기려했겠지만, 우리는 더 걷기를 포기하듯 이웃과의 층간소음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짜투리 땅에 침이라도 뱉어 영역표시를 하여야한다.

    조망이 깨끗했다면 집이 무슨 상관이냐며 밤하늘의 이슬과도 동침을 할 무모함을 이야기하며 일몰도 즐겨보았을테지만, 일찍 밤을 맞을 준비를 한다. 

    내일은 과연 어떤 걸음이 이어질까? 조망은 아니었어도 모처럼 산길에서 땀을 흘리고 숨을 토하듯 즐겼으니 이대로 만족이다며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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