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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구간)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종주, 그리고 대간의 시작~
    오르다~ 山!!/자유로운 대간길 2017. 11. 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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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Eco Trail의 공식런칭, 함께 시작하려하였으나 개인 가정사로 인하여 시작부터 삐끗거린다.

    어떻게든 다음 구간에서 합류하려고 아둥바둥 거려보지만, 정보 수집의 한계로 인하여 또 한번 펑크를 내게 된다.

    한번 걸음이 뒤쳐져도 힘든 대간길의 걸음일텐데, 시작부터 두개의 구간씩이나 밀리면서 이러다 계획된 대간길 걸음도 기약없이 미루게 되는것일까?

    미루다 미루다 대간은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일까? 라는 상실감에 빠진다.

    그러나, 평소에도 뭔가를 계획하면 일단 부딛쳐야 후회를 하지않는 성격탓에 연차까지 써가며 3구간(구간 분할은 산행하는 개인차에 따라 달리될수 있기에 중요치않다.) 합류를 위한 지리산 종주를 감행하여본다.

    일단, 지방에서 서울까지는 업무를 마치고 예약된 차시간 놓칠까 부랴부랴 서두르게 되고, 고속터미널에서는 전철을 이용하여 남부터미널까지 그리고는 진주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중간기점인 원지정류장까지 이동하며 컨디션 조절을 위해 억지로 차안에서 눈을 붙여본다.

    이제는 택시를 이용하여 중산리까지 이동이다.

    비용 절감이라도 하라는듯, 원지정류장에서 함께 하차한 산우님과 1/2씩 요금 정산~!! 이럴땐 왠지 횡재한 것 같은 느낌~~ ㅎㅎ

    택시로 함께 이동한 산우님은 10여년전 산행후 처음이라는데, 2박의 일정으로 대피소를 예약하셨다고 천천히 걸을 예정이란다.

    2박의 일정치고는 작은 배낭과 오랜만의 산행으로 인한 긴장감을 보이시는 산우님의 모습은 둘째치고라도, 나도 천천히 여유있게 걷고 싶다. ^^;

    종주를 해야하는 바쁜 마음에 산우님과는 중산리 들머리 초입에서 작별의 인사를 나누며 어둠속의 걸음을 내딛는다.

    산행일시 : 2017. 11. 10(금)

    산행장소 : 전남 구례, 경남 산청 및 하동 일대 지리산(1,915m)

                    해발 1,915m의 우리(남쪽)나라에서 한라산에 이어 두번째 높은 고산으로, 지리산에서 발원한 낙동강과 섬진강 지류들의 침식작용으로 깊은

                    협곡이 형성되지만 산정은 오히려 부드러운 형상을 띄지만 이러한 조화를 통한 험준한 산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리산(智異山)의 한자표기로 인하여 지혜를 얻는 산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달의 분음으로써 "두리, 두류 등"으로 순우리말이

                    변음되어 현재의 지명이 된 것이라고 한다.

    누구와 : 홀로 종주~

    산행코스 : 중산리 -(3.4km, 110분)- 법계사 -(2.0km, 95분)- 천왕봉 -(1.5km, 55분)- 장터목대피소 -(1.0km, 50분)- 연하봉(1,730m) 

                   -(2.5km, 60분)- 세석대피소(식사, 영신봉 1,652m) -(3.6km, 115분)- 선비샘(덕평봉 1,558m) -(2.5km, 45분)- 벽소령대피소

                   -(1.4km, 70분)- 형제봉(1,453m) -(1.7km, 40분)- 삼각고지 지킴터 -(0.7km, 15분)- 연하천대피소(명선봉 1,586m) -(2.9km, 65분)

                   - 토끼봉(헬기장 1,534m) -(1.2km, 25분)- 화개재 -(0.7km, 25분)- 삼도봉(1,499m) -(1.3km, 40분)- 반야봉(1,732m) 

                   -(2.7km, 40분)- 임걸령 -(3.6km, 80분)- 노고단대피소 

    산행거리 및 시간 : 총 32.9km, 약 15:30분(휴식 및 식사 등 1:30분 포함) 소요 - 개인의 체력에 따라 달라질수 있음.

    이번 지리산 종주를 겸한 백두대간의 시작은 삼대가 덕을 쌓은건지, 지리산의 멋드러짐을 즐길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첫발을 내딛기위한 수고로움은 열정탓인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간팀의 본격적인 발걸음이 시작되었으나 가정사로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다음 구간 쫓아갈 걱정에 홀로 무작정 들머리까지 갔다가 차량회수 등의 계산을 현지에서 하다보니 포기하게되고....... ㅜㅜ

    다시 온라인이라는 바다속을 서핑하며 겨우 겨우~~(뭐든지 눈앞에 닥쳐야 일이 해결된다는 아이러니~) 들머리에 발을 내딛는다.

    내가 걷게 되는 중산리 들머리가 일반적이기에, 이곳을 경유하는 교통편을 정리해본다.

    주말에는 종주산행을 위한 교통에 큰 어려움이 없이,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중산리로 직행하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물론, 많은 등산애호가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은 뻔하다.

    그렇다면 평일, 왜 평일에는 중산리로 바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지않는것인지?? ^^;

    방법은 하루에도 수없이 운행하는 진주행 버스를 이용하여 택시를 타고 중산리로 향하는 방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진주까지 가는것보다 중간경유지인 "원지정류장"에서 하차후 택시를 이용하는게 비용적으로 저렴하겠다.

    택시요금은 원지정류장에서 중산리까지 약 4만원(미터기를 작동하는데 조금 더 나온다.) 발생한다. 

    동절기 4시에 개방되는 국립공원 탐방센터, 주차요금은 징수하고 있는데 탐방센터는 별 통제가 없다.

    앞서가는 산객이 있으니 우리도 시간좀 아끼자며 바로 출발, 카메라에 잡히지도 않는 어둠속의 칼바위 기점을 지나고 망바위를 지나면서 도착한 법계사 일주문(로타리대피소) 앞에서 습관적으로 목을 축이고 고양이 세수를 하며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한다.

    * 1970년대 후반 부산로타리클럽 회원들의 도움으로 대피소를 만들면서 "로타리산장"이라고 부르게 되고, 이후(2000년 7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 기부체납되어 현재의 대피소로 불리우고 있다.

    예전, 명산도전을 위해 이곳을 찾았을때는 입산시간에 쫓겨 들러보지못하였던 법계사의 새벽공기를 깨우지않으려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세상을 밝게 비추는 광명을 발하기 위함인지 스님의 불경과 목탁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경내에서 평소와는 다른 속세의 인간의 기도를 올린다.

    평소에는 속세의 인간의 속물근성을 발하는 소원을 들어주십사하고 떼를 썼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종주산행과 앞으로의 대간길 걸음을 무사히 마칠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본다.

    이또한 속세의 그저 그런 인간의 고집을 부린게 아닐런지?!! 

    개선문을 지나며 밝아오는 공기에 고개를 돌리니 어둠을 뚫고 힘찬 날개짓을 하듯 운해가 펼쳐지고, 그 위로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른다.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기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기려던 예전의 산행과 달리 오늘의 걸음은 조금더 멀리 가야하기에 무리를 하면서 발을 떼려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여유로움이 정상까지 향하는 동안 운해와 일출을 만끽하게되는게 아닌가싶다.

    삼대가 덕을 쌓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의 글귀가 뭔지 모를 힘을 주는듯하고,

    그 기를 받아 앞으로의 3대가 복을 받았으면 싶은 속물근성을 또 품어본다. ㅎㅎㅎ

    정상에서의 인증 3종세트(어게인, 백두대간 그리고 하늘을 품는 나만의.... ^^), 그리고 운해에 한동안 빠져본다.

    운해와 조망을 잠시 즐긴후 걸음을 재촉하고~

    1950년대에는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푸르름을 간직하였으나, 도벌꾼들의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는 아둔한 행동으로 숲과 나무가 모두 타버려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다는 제석봉(帝釋峰)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산꾼들에겐 상징적인 이미지처럼 담게되는 풍경이고, 지금 이순간은 아침의 햇살을 받아 오히려 더 푸근함을 전해주니 과거가 어찌되었든 지금 이순간을 즐기게된다.

    보통의 지리종주는 성삼재에서 중산리로 조금이라도 편하게 걸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게된다.

    그럼에도 북진이기에, 첫 걸음이기에 그 흐름을 거역하지않으려는 나의 행동은 천왕봉까지 오르는 어둠속에서 힘겨움을 느끼게되고, 그나마 장터목 대피소까지의 편안함이 앞으로의 걸음에 비타민 같은 시간이 된듯하다.

    그 옛날 마천과 시천 사람들이 모여 장터를 열었다는, 지금은 산객들이 서로의 먹거리를 나눠먹는 장터가 된 장터목대피소 취사장으로 들어가 버너를 꺼내기도 귀찮아 다른 산우님의 따뜻한 물 한잔을 얻어 꿀보다 달콤한 커피믹스 한잔을 들이키며 힘을 내어본다. 

    산행 내내 벗이 되어줄듯한 운해, 그러나 앞으로 걸어가야할 노고단 방향을 뒤덮은 운해는 벗이 될 생각이 없는듯 매순간마다 풍경을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한다.

    그나마 눈앞의 연하봉 방면의 풍경만이 늦가을의 정취를 전해주니, 만족하여야겠으나 가야할 걸음에 대한 걱정스러움과 조금함은 풍경조차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한다.

    조금은 조작을 해서, 한번은 일반적인 모드에서 담아본 연하봉은 그냥 가을이건만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를 탓하여야할 자신인 것을.........

    연하봉을 지나면서 산꾼들은 지리10경중 하나라는 연하선경의 자태에 푹~ 빠진다는데, 이 길을 걷고있는 나는 슬슬 강행군(아직 절반도 거닐지않았으면서~)의 피로도가 몰려오는지 아니면 오는 길에 꿀단지라도 묻어두었을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연하선경, 천왕봉과 반야봉때문에 지리산에 발을 디뎠어도 제대로 걸어보지못한 아쉬움을 달랠 기회임에도 제대로 즐길 풍경은 아니었다.

    연하선경(煙霞仙境)을 비롯한 지리10경(天王日出, 般若落照, 老姑雲海, 稷田丹楓, 細石擲燭, 碧宵明月, 佛日瀑布, 七仙溪谷, 蟾津淸流)을 감상하기위해서라도 언젠가 또 찾아야할 지리산의 여백으로 남겨둔다.

    지리산 풍경의 여백을 채우기위한 걸음은 산을 즐기는 한 언젠가는 또 올 수 있겠지라며, 시간의 여백으로 채워둔다.

    지리산 촛대봉 기점을 지나며 시작되는 세석평전의 가을색 가득한 습지(이런 고산의 능선부에도 습지가??)를 바라다보며 잠시 쉬어간다.

    그리고는 곧 만나게되는 세석대피소는 정비공사가 한창이어서인지 산객들을 만나볼수 없고, 운무가 가득한 풍경은 왠지 서글퍼 보이니 인증샷 한컷 남기고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산에서 괜히 감성에 빠지기는~~ ㅎㅎ)

    영신봉을 지나며 만나는 안내표지판(지리산 제일봉 "천왕봉"을 찾아보세요~)이 무색하게 운무 가득한 풍경은 늦가을 정취만 가득하다.

    영신봉 기점은 남쪽으로 낙남정맥이 분기되는 기점이기도 하며, 삼신봉으로 이어져 상불재까지의 지리남부종주코스를 이루는 기점이기도 하다.

    또 한참을 거닐며 만나게되는 선비샘의 돌무덤앞에서는 물을 한모금 마시기위한 자세가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하니, 지나는 이의 본의 아닌 존경이라도 받으려던 덕평마을 노인 이씨가 서운해하지는 않을런지~~ ^^

    모든 산행에서 고비가 올때가 있다.

    결코 짧지않은 전 구간을 거니는 순간이 모두 힘들겠지만, 세석대피소에서 벽소령대피소에 이르는 약 6.1km의 돌계단과 바위구간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걸음의 속도가 느려지는듯하니 시간앞에서 초조함이 엄습한다.

    그런 산객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국립공원에서 정비해놓은 짧은 구간은 잠시라도 평안함을 전해주니 감사할따름이다.

    지루함 뒤에 짧은 편안함이 있는 길과 함께 만나는 벽소령대피소에서 오늘 산행의 제대로 된 첫 끼니를 즉석 컵밥으로 해결하며 모처럼 쉬어간다.

    해발 약 1,350m에 위치한 벽소령(碧宵嶺)은 지리10경중 제 4경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바라다보는 달풍경이 아름다워 벽소명월(碧宵明月)이라 하니 여백으로 남겨둔 다음의 시간에는 이곳을 거처로 삼아 하룻밤 머물러야겠다.

    그 시간까지 삼대가 덕을 쌓은 효험을 발휘할까싶지만~ ^^;

    힘겹게, 힘겹게~ 내가 참여하고있는 블랙야크 마운틴북의 대간 프로젝트인 ECO TRAIL의 1구간 인증을 마친다.

    그러나, 나의 1구간은 지리종주를 통한 해당 프로젝트의 1~2구간이 되어야하니, 아직도 갈길이 멀다.

    1구간을 힘겹다하면서 과연 갈수 있을까?!! ㅎㅎㅎ

    벽소령대피소에서의 휴식과 함께 하는 걸음때문일까?

    거니는 구간내내 운무가 옅게 깔리었지만, 노인네 머리카락마냥 희끗 희끗 내보이는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져 잠시 발길을 멈추며 풍경을 즐겨본다.

    우측으로 바라다보이는 햇살 풍경이 양정마을과 그뒤로 삼정산 정도가 될듯싶고, 좌측으로 바라다보이는 풍경이 쌍계사 또는 연곡사 방면의 계곡과 봉우리가 어어러진 지점이리라 짐작을 하며 빛내림을 담고 싶었으나........ ㅜㅜ

    형제봉 기점을 지나며 뒤돌아보니 잠시의 편안함이 있었떤 벽소령대피소와 그 뒤로 덕평봉이 펼쳐진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구만, 뒤돌아볼 여유가 있을까??

    형제봉이라기보다는 바위가 서있는 기점, 이곳이 나뭇꾼의 전설이 서린 부자바위 기점인듯하다.

    적당히 파릇한 조릿대 사이로 난 등로를 거닐다 만나는 삼거리, 삼각고지 지킴터가 있는 이곳에서 우측의 음정방면으로 지리북부종주 구간이 분기된다.

    나의 눈에는 다음 인증기점인 연하천 대피소까지 0.6km라는 표지가 반갑기만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대피소, 그러나 목 한번 축이고 비어있는 물병을 채우고 여유란것도 없이 또 출발이다. ^^;

    삼각고지 지킴터 부근을 지날때와는 또다른 계절인듯한 조릿대의 색감에 내가 거니는 동안 시간도 그만큼 흐른듯 어둠이 몰려올 시간을 염두해두며 초조한 발걸음을 옮긴다.

    헬기장이 있는 토끼봉 기점에 다다르면서 짙어지는 운무로 인하여 시간보다 빨리 어둠이 엄습하는듯, 이러다가 체력적인 부담감에 쓰러지는게 아니라 어둠이라는 환경이 무서워 쓰러지는 건 아닐런지!! 

    그러나 지쳐서 지쳐서 무너지고 싶어도, 어둠속의 산속이 무서워서라도 참고 가야한다. ㅋㅋㅋ

    뱀사골 계곡길 탐방을 겸해서 거닐게 될듯한 화개재에서 잠시 인증을 남기고~

    그렇게 서두르려던 발걸음은 난관에 부딛치게 되는데, 화개재를 지나 삼도봉으로 향하는 구간에 목재계단을 오르는 한걸음 한걸음의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전북, 전남, 경남 3개도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1,550m의 봉우리로, 원 봉우리명은 정상의 바위봉우리 모양이 낫의 날을 닮았다하여 "낫날봉"이라 하였으나 이게 변형이 되어 날나리봉, 닐니리봉 등 다양하게 불리기도 한다.

    이런 변형된 이름의 봉우리를 좋아할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결국, 1998년 10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현재의 삼각뿔 모양의 표지석을 세우며 삼도봉이라 불리워지고있다.

    "전북, 경남, 전남 도민이 서로 마주보며 天地人 하나됨을 기리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표지목을 앞에두고 인증조차도 쉬어가며 하자고 철퍼덕~~!!

    나도 삼도봉 표지석(?) 앞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땅과 하나되어 본다.

    그렇게 땅과 하나되어 잠시 갈등, 반야봉을 갈까 말까??

    시간상 바로 노고단대피소(노루목삼거리 기점) 방향으로 가야하거늘, 시간과 체력을 무시하고 반야봉으로 향하기로한다.

    운무 가득하던 등로는 벽소령 기점에서부터 구름이 지나가며 작은 빗방울을 떨군 흔적이 간간히 발견되더니 반야봉으로 향하는 길에는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굵어질 조짐까지 보이니 낭패다 싶지만 이미 마음은 굳었으니 나도 내 몸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힘겹지만 조금이라도 가볍게 가기위해서 배낭을 훌러덩 내팽개치고 정상으로 향한다. 

    해발 1,732m의 반야봉은 봉우리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불교에서 지혜와 슬기를 의미하는 범어(梵語)로 <반야바라밀경>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우리 산의 봉우리들이 늘상 간직한 전설쯤은 하나씩 있는 법, 지리산의 마고할미가 천왕봉과 함께 이곳 반야봉에서도 빛을 발한다.

    지리산에서 불도를 닦던 반야가 불법이 부족했는지, 눈에 콩깍지가 씌였는지 마고할미를 만나 결혼하더니 슬하에 여덟이나 되는 딸을 두게된다.

    그런데, 불법이 부족함을 깨닫고 더 많은 깨달음을 얻고자 함은 이해하겠으나, 마누라와 여덟 딸을 뒤로하고 지리산의 서쪽 봉우리로 깨달음의 길을 떠났다고 하니 이게~ 이게~ 제정신이야?!! ^^;

    그래서 반야봉이라 불린다는 전설따라 삼천리~~~

    국립공원 대피소는 입실시간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나의 저질 체력탓에 제시간에 당도하지 못하니 반야봉 인증을 마치고 노루목삼거리 기점으로 향하는 동안 친절하게도 전화가 온다.

    지쳐서 조금 지연되었다는 이야기에 밤 8시쯤 되어야 도착하겠네요~라는 이야기에 최대한 빨리 가겠다는 답변과 함께 서두르는 길은 굵어진 빗방울이 내키지않는 벗이 되어준다.

    어둠속에 임걸령에서 어렵게 인증샷 하나 남기고, 홀딱 젖은 모습으로 대피소에 도착하니 일찍 오셨네요~, 그런데 다른 산객 두분 못보셨냐는 질문!!

    결론은 나보다 앞에 있는 것으로 대피소 직원과 이야기가 되었지만, 더 뒤쪽에서 걸음을 서둘렀다는 이야기가 되는듯~!!

    어찌되었든, 서둘러 입실을 하고 벽소령에서의 점심때처럼 대피소 직원의 도움으로 렌지에 컵밥의 온기를 더하여 저녁 한끼를 해결하고 보내는 밤은 길고도 길다.

    주(酒)님의 은총도 없이 들어선 대피소의 침실은 탱크 지나가는 소리와 주거니 받거니하며 부딛치는 잔들의 흔적을 온전히 향기로 뿜어내니 이게 눈을 감아도 감은게 아니다. ^^; 

    백두대간 ECO TRAIL의 1~2구간, 그러나 나에겐 1구간으로 기록될 코스를 복받은듯 일출과 운해를 벗하고, 마지막 구간에서는 어둠속의 빗줄기와 함께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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