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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오색의 빛깔없는 길을 원점회귀하다.오르다~ 山!!/명산(강원) 2025. 1. 25. 10:06728x90
신년일출을 하지못하고 1월의 주말 새벽산행의 체력을 못내 아쉬워하며 다시금 찾고자 했으나, 모처럼 온가족이 저녁식사를 하며 마신 알콜이 머리를 짓누른다.
이른아침(이라기보다는 새벽) 옆지기의 사우나나 다녀오자는 말에 움직였으나, 여전히 지끈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기는 뭔가 나의 소중한 시간을 망치는듯하여 일출은 아니어도 산이나 다녀오자며 뒤늦게 오색으로 향한다. 늦은 걸음이니 오색이 만만하다.
산행일시 : 2025. 01. 18(토) 날씨 맑음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설악산(대청봉, 1708m)
누구와 : 나홀로~(혹시나 SNS에 장소도 시간도 알리지 않고 함께 갈 사람이 있을까 글을 남겼지만~ ^^;)
산행코스 : 남설악탐방센터기점 -(1.8km, 45분)- 오색제1쉼터 -(2.3km, 75분)- 오색제2쉼터 -(1.2km, 40분)- 정상
-(1.6km, 60분)- 설악폭포상단쉼터 -(3.5km, 85분)- 남설악탐방센터기점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0.7km, 총 5:10분(조망 및 휴식 25분 포함) 소요
오색제1쉼터에서~ 아무 준비없이 감행한 산행이기에 남설악탐방센터 아래 오색 식당촌이 있는 만물상편의점(SNS를 통해 할게되 고등학교 선배가 운영)에서 이온음료와 양갱 몇개를 챙겨 출발한다.
언제부터였는지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설악을 설악의 고산(정상)을 대낮에 들머리를 찾아 걷는 것도 오랜만인듯하다.
언제나 어둠속의 들머리에서 어디쯤인가를 올랐을때 여명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하늘을 만났었는데, 오색원점회귀의 산행이지만 대낮의 걸음은 생소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언제 시작을 하든 남설악탐방센터에서의 출발은 가파른 오르막을 한시간여 올라서서야 하늘과 먼곳을 바라보는 휴식의 달콤함을 만날수 있다. 바로 오색제1쉼터 기점에서 내설악방향으로 칠형제봉(흘림골) 방면의 조망은 체력의 여부를 떠나 휴식을 강제하게 만드는 곳이다.
설악폭포 상단을 지나면서~ 또다시 걸음을 제촉하며, 그래봐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쫓아가지 못할 토끼를 쫓겠다며 애를 쓰는 거북이의 걸음으로 대청봉까지의 중간기점인 설악폭포를 지나치기를 갈구하는 걸음이다.
시작이 반이니, 중간기점을 통과하면 또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인내해야하지만 다와간다는 그보다는 이제는 되돌아가기 아쉽기에 오를수 밖에 없다는 관념의 걸음을 옮기게 된다.
설악폭포 기점을 지나면서 이제 오색제2쉼터 기점까지 거리가 1km, 500m쯤을 가늠하는 걸음으로 체력과 정신의 고갈을 잊으려 애쓰게 된다.
오색제2쉼터를 지나면서 뒤돌아보면 점봉산 방면의 조망이 즐겁다. 정상부의 목가적인 풍경은 화채봉을 향한 그리움때문일테다. ^^ 중청 그뒤로 귀때기청과 안산 방면 조망~ 가리봉, 주걱봉과 형제봉 오색제2쉼터 기점을 지나면 드디어 하늘이 조금씩 열린다.
분명히 한겨울의 설악이어야 한다. 불과 2주전의 다리 경련을 경험하며 천불동계곡 원점회귀를 했을때는 정상부의 칼바람을 통해 제모습의 겨울은 아니더라도 겨울설악의 맛을 느꼈는데, 유난히 파란 하늘과 함께 벗어던졌던 외투를 다시 입은 것을 후회할 만큼 포근함이 가득한 설악의 겨울정상은 낯설기만 하다.
덕분에 사진도 천천히 찍어가며 여유롭게 정상부의 조망을 즐기는 시간을 갖는것도 복이다.
남쪽으로는 점봉산 옆으로 곰배령의 너른 들판이 선명하고, 북으로는 가까이 있는 중청봉과 왼편으로 귀때기청과 안산의 희끗한 머리까지 선명하다. 어디 그뿐이랴? 북으로 북으로 가고싶은 마음을 붙잡는 향로봉의 군사시설까지도 뚜렸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런 선명함에 원금감 가득한 산그리메가 연출하는 파릇한 색감은 얼마나 매혹적인가 말이다.
봄날이지만, 겨울바람이 두려워 오버스런 복장이 된다. 겨울에 만나는 설악의 정상에서의 봄날씨를 만끽하며 인증하는 행렬들도 여유가 가득하다. 칼바람과 함께 서있기가 버거운 날씨였다면 서로에 대한 배려보다는 다녀왔음의 흔적만을 간직한채 하산하기 바쁠테지만, 이날의 하늘과 기온은 서로 인증사진 찍어주는 여유와 웃음이 가득한 공간이다.
실로 겨울이 아닌 봄과 가을의 북적임이 없는 공간까지 여유로운 설악의 파란 색깔은 이대로 주저앉고 싶게 만든다.
우리는 산을 찾는 이유가 일상에서의 모든 것을 잠시 잊는 시간을 통해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 세상 시름뿐만 아니라 세상의 즐거움까지 잊게 만드는 자연을 즐기기 위함이지만, 아무리 즐거워도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하기에 힘겹게 즐거움을 떨치고 일상의 세계를 향해 내려가야한다.
정상에서의 날씨만 봄이 아닌 등로도 초봄의 길처럼 눈이 서서히 녹아내린듯 질퍽임이 있다.
산정에서의 봄의 즐거움과는 다른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오를때는 착용하지않았던 아이젠을 착용한다.
행여 내리막에 미끄럼 사고라도 발생하면 안된다며 조심하게 된다.
오색의 색채가 화려한 설악이 아니더라도, 파란 하늘빛과 조망되는 산그리메의 푸른빛만으로도 황홀한 설악으로의 걸음은 충분히 즐길만하다.
설악에 대한 욕구에 비해 체력은 많이 망가진듯, 지난번의 경련에 이어 이번에는 관절 곳곳이 흐트러진듯 불편하다.
그럼에도 평소보다 빠른 설악과의 잦은 조우였음에 또 다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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