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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때기청>설악의 적자(嫡子)같은 거친 맛의 돌밭길
    오르다~ 山!!/山(명산100+) 2023. 11. 1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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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흐릿한 하늘에 빗방울이 간간히 흩날린 다음의 자연은 색다른 기대감을 갖게한다.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옆지기가 운영하는 카페로 가는 시골길 뒤로 설악의 산그리메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앞동산을 가끔 올라가며 숲길에 대한 허전함을 달래고는 있지만, 모처럼 싱그러우면서도 거친 숲길에 대한 기대감이 가슴 한켠을 두드린다.

    산행일시 : 2023. 11. 05(일) 살짝 흐림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인제군 일대 귀때기청봉(1,578m)

                       한계령 삼거리에서 대승령 방향에 위치한 설악의 봉우리로, 반대 방향은 끝청봉~중청봉으로 이어진다. 명칭은 이 봉우리가 설악산의 봉우리 가운데 가장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았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귀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바람이 매섭게 분다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도 한다.

                                                                                                                                                       - 두산백과   참조 -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한계령휴게소 -(2.4km, 75분)- 한계삼거리 -(1.6km, 55분)- 귀때기청 -(4.0km, 2:15분)- 한계령휴게소

                        이런 원점회귀 산행을 안좋아하지만...... 늘 그렇듯 시간에 쫓기듯 작은 만족의 여운이 있는 걸음이다.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8.0km, 총 4:35분(휴식 40분 포함) 소요

    시골카페(보라여우) 가는길~
    한계령에서~

    시골카페 가는 길은 빗줄기가 멎은, 숲길에는 빗물을 머금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리라 기대하며 들머리로 향했다.

    그러나 한계령 구비길부터 빗방울이 가볍게 도로와 느릿느릿 달려가는 차창을 두드린다.

    적당한 우중산행도 계획하고 고어쟈켓과 오버트라우저를 착용하였기에 빗속을 뚫고 숲길을 거닐어보자며 직진 본능을 감행한다. 그래도 너무 많은 시간 비를 맞으면 안되는데~ ^^;

    한계령휴게소(백팔계단)

    한계령휴게소의 108계단(실제 세어보니 107...... 다음에 다시 세 봐야하는 건가? ㅋㅋ)을 지나 이구간 코스의 가파른 오르막 돌길에 발걸음을 한발 한발 내딛는다.

    넉넉잡고 산행시간을 감안하고 거니는 걸음이기에 서두를 일 없기에, 거칠고 큰 산을 오른지 오래전이라는 생각이 몸에 전해지기에 적당한 쉼 공간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구름이 드리운 산그리메를 감상한다.

    대청봉을 가려면 저 능선을 거닐어야하는데~
    오대산 자락 백두대간 능선~

    다시 걸음을 옮기다 쉬어가기를 반복(너무 자주 쉬는 것은 아닌지~ ㅎㅎ)하며 고도가 높아지면서 또다른 산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푸른 잿빛 머금은 산 그리고 골짜기 사이로 가라앉은 구름...... 그래 이런 운해가 산을 오르는 맛을 보상해준다.

    그러나 너무 이른 운해의 풍경...... 기온이 포근해져도 운해가 쉬이 떠오르며 정상부에서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오늘같은 살짝 궂은 날씨에서도 또다른 변수가 된다는 불길한 예감...... 그렇다고 나의 체력은 발걸음을 빨리 옮겨놓지 못한다.

    귀때기청 방면의 갓바위~

    느릿한 우보(牛步)같은 걸음속에서 아쉬운대로 고개를 되돌리며 운해와 먼 산그리메 풍경을 담다보면 이제는 거친 오르막은 다 거닐었다며 한계삼거리에 도착한다.

    한계삼거리에서 백운동계곡과 구곡담계곡을 끼고 오른편으로 설악의 정상 봉우리 풍경은 예상했던대로 운무로 가득하니 바로 계획한 귀때기청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장거리 이동의 산행이었다면 아쉬움 가득한 산행이라며 투덜거렸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설악은 원경(遠景)이 아니더라도 숲길에 들어서는 자체의 기쁨을 선사한다. 나에게 설악은 그렇다.

    한계령코스의 거친 오르막을 올랐으니 편할까? 

    귀때기청 가는 길은 설악의 적자인냥 부드러운 능선속에 거친 너덜의 숨결이 발걸음을 끌어당기니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라고 눈앞의 풍경이 알려준다.

    바위, 나무뿌리 그리고 그 위에 습기를 머금으며 예쁘게 자란 이끼의 운치있는 풍경과는 달리 미끄럼에 사고라도 날까 조심스레 너덜바위길을 향해 이동한다.

    너덜바위 가득한 능선길의 매력이 또 펼쳐진다.

    큰산의 큰나무들이 좌우로 정렬하여 버티고 있다면 풍경따윈 포기해야겠지만, 드넓게 펼쳐진 너덜 덕분에 주변의 산그리메가 설악을 품은 것인지, 설악이 주변의 산들을 품은 것인지 모를 또다른 운해의 장관을 선사한다.

    그러나 귀때기청 정상부는 운해와 다른 운무의 모자가 걸치고 있다. 

    가을산행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이계절 설악은 겨울의 추위를 방불케하는 바람과 기온이리라.

    그러나 빗방울 머금은 11월 초의 설악치고는 쟈켓도 벗어낼만큼의 포근함(?)이 있어서일까? 

    겨울앞의 봄꽃, 매년 봄이면 털진달래를 알현하기 위해 찾는 산객들로 붐비는 이곳을 계절도 잊은채 한두송이 진달래가 꽃잎을 펼치며 운해와 벗을 한다.

    계절을 잊은 풍경, 최상의 운해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운해와 함께 거닐다보면 드디어 귀때기청이다.

    홀로 거니는 산행이지만 세상시름에 지쳐서일까? 홀로 설악의 맡형에게 싸대기 맞은 귀때기청 위에서 잠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머무르게 된다.

    너덜길을 오르기전까지도 운무가 살짝 덮혔던 귀때기청까지의 걸음은 운좋게도 나의 발걸음을 따라 적당히 시야를 펼쳐주더니, 휴식의 시간까지 조정하듯이 운해가 서서히 다가와 운무가 되어준다. 내려가야 할 시간이라며~

    충분히 눈과 몸 그리고 마음도 만족한 걸음 그리고 하산하는 길의 운무는 더이상 무엇을 바라냐며 신선의 걸음처럼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한다.

    이미 잿빛의 너덜바위였던 길로 향하는 정상부 숲길은 운무가 쌓여 눈앞의 털진달래들의 앙상한 가지만이 행렬하여 조심히 내려가라한다.

    하산을 종용하듯 드리웠던 운무는 언제 그랬냐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그 사이에 동해바다쪽에서 힘겹게 구름을 타고 설악의 산줄기를 넘어오던 숨겨진 햇빛의 흔적은 작은 희망처럼 잠시 가던 걸음 멈추라한다.

    너무 달리지 말자. 너무 앞서가지 말자. 그러면서도 생각과는 달리 몸은 습관처럼 움직인다.

    그런 몸과 마음의 불일치 속에서 나는 또 내일을 염려한다.(이런 글을 보는 누군가는 또 염려하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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