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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산100+>설악 서북능선-귀때기청봉의 겨울을 즐기다.
    오르다~ 山!!/명산(강원) 2020. 12.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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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는 매일 오르는 동네 뒷동산, 그러나 실제로 오르는 곳은 설악산의 어른쪽으로 바다를 향해 분기되는 작은 산 청대산이다. 그러다가 간혹 명산100+의 어느 산을 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패턴은 어느순간 설악에 대한 두려움을 가슴 한켠에 담아두게 만든다.

    매년 12월이면 블랙야크 셰르파들의 송년회 겸 1년 활동을 마감하는 해단식(이제는 쓰지않는 행사명이다.)이 열렸는데,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전면 취소다. 그렇다고 지역의 셰르파들끼리 조용히 마감하기에는 아쉬워 분기별 지역모임도 진행할 겸 산행을 제안한다.

    영서지역의 운무산(980m) 이야기가 있었으나 나의 게으름으로 확정을 짖지못하고, 부랴부랴 유선상으로 이야기하다보니 설악의 귀때기청 계획을 갖고 있다니 자연스레 설악으로 발걸음을 옮기게된다.

    산행일시 : 2020. 12. 19(토) 맑음, 기온 영하16도~ 후덜덜~

    산행장소 : 강원도 양양군, 인제군 일대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1,578m)

    누구와 : 강원지역 셰르파 2명과 함께

    산행코스 : 한계령 -(2.2km, 2:15분)- 한계삼거리 -(1.6km, 1:20분, 너덜구간)- 귀때기청봉 -(2.0km, 2:40분)-

                  큰감투봉기점(1408봉) -(3.3km, 1:25분)- 대승령 -(1.8km, 45분, 대승암터 경유)- 대승폭포(빙폭)

                  -(1.3km, 15분)- 장수대탐방센터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3km, 총 분(휴식 및 인증 1:20분 포함) 소요, 대승폭포 지점 이후 스마트폰 밧데리

                  방전으로 기록 부정확

    정말 오랜만에 설악을 찾는듯, 그래서인지 출발하는 발걸음에 괜한 긴장감이 생긴다. 명산도전을 하면서 입버릇처럼 하는 "타지의 낮은 산을 다니다보니 설악산이 힘겹게 느껴진다"는 말이 실제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설악은 설악이다"라며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긴장감과 설렘의 교차점을 극복하듯이 두다리에 힘을 줘본다.

    한계령을 들머리로 할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어둠속을 거닐었던 기억들, 평소와 달리 늦으막한 시간의 걸음앞에선 낯선듯하면서도 역시 설악의 품속이라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직은 걸을만한 체력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여유로움을 가득 안고 설악을 누빈다고 할까~ ^^

    한계삼거리에서 용아장성의 서쪽에 해당하는 내설악의 협곡을 감상하며, 또다른 모습의 서북능선의 너덜길을 상상한다. 일반 등로와는 확연히 다른 너덜바위가 즐비한 서북능선의 귀때기청봉으로 향하는 길은 상상만으로도 힘겹게 다가오지만 오랜만에 찾은 설악이기에 결코 주저할 일은 없다.

    아직은 많은 적설량을 보이지않는 서북능선의 너덜길은 보이는 것만으로도 힘겨움에 위험의 두려움을 쏟아낸다. 온전한 너덜바위라면 눈으로 길을 찾을 것이요, 폭설이 뒤덮은 너덜길이라면 눈길이 바위를 뒤덮어 내딛는 발걸음이 편안할터인데 애매한 적설은 자칫 바위틈으로 헛딛을 것을 우려해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오랜 벗을 만나듯 서북능선의 풍경과 점봉산지구의 산그리메는 화려함과 함께 반갑기 그지없다.

    온몸에 힘을 주고 오르며 누적된 피로감과 영하 16도의 불어대는 바람에 귀싸대기를 맞듯이 얼얼함이 공존했던 귀때기청봉까지의 걸음속에서도 인증사진을 남기며 모처럼의 설악을 즐긴다. 즐겼으니 칼로리도 보충할겸 바위옆의 짜투리 공간을 의지하며 작은 바람이라도 피하며 쉬는 시간은 설악에서의 또다른 추억으로 남겠지.

    이미 우리의 갈길은 정해졌으면서도 너덜바위길을 걸은 우리는 누군가 약해진 마음을 내비치길 기대라도 하듯이 어디로 갈까?라며 또다른 누군가 한마디 던진다. 새삼스럽게 왜그러실까? 차를 세워둔 장수대 방면으로 이동해야지요~~ ㅋㅋ

    언제나 그렇듯 "설악은 설악이다"라며 설악의 품을 그리워하면서도 명산100 도전이라는 이름앞에서 설악을 외면하게 되고, 도전단과의 산행을 위하여 이곳 저곳을 찾다보니 또 설악을 뒤돌아보며 다른 산을 찾게되는 여정은 모처럼 찾은 설악이 반가우면서도 낯설게 느껴진다.

    귀때기청봉 그리고 서북능선을 거닐던 풍경의 곳곳이 어딘가 변했나? 왜 이 풍경이 안보이지?? 그러나 설악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나의 기억이 설악의 거리를 잊고 있었을 뿐이다.

    새로운 해가 뜨는 시간에는 설악을 자주 찾을수 있을까? 그러길 기대해본다.

    얕으막한 산들, 2~3시간대의 산행이 익숙해진 나의 몸은 모처럼 긴 시간의 산행앞에서 여지없이 체력의 부담을 느낀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되돌아갈 환경도 아닌데 왜 약해지려고 하는가? 온몸이 찌푸둥하지만 설악의 품속에서 쉽사리 쓰러질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인내를 가르치는 설악의 품속에서 안도감을 느끼게하는 풍경, 대승폭포는 이제 다 왔다며 산행에서 오는 근육의 긴장감과 과연 모처럼의 설악의 조우속에서 제대로 거닐수 있을까라는 심적인 부담감까지 얼어붙은 빙폭의 풍경과는 다르게 나를 녹게 만든다. 

    셰르파 송년회도 취소되는 코로나 사태속에 혹시나하며 내던진 강원지역셰르파와의 만남, 모두 모이지는 못하였지만 간만에 설악의 품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듯 행복한 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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