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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장터 백패킹 1탄>바람없는 산, 숲속에서 놀고 싶다.
    오르다~ 山!!/山 2024. 12. 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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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계절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 것같다는 느낌이다.

    한여름엔 무더운 열기가 견디기 힘들고, 한겨울엔 매서운 한파가 견디기 힘들다.

    그럼에도 산을 즐기고 싶다는, 지인들의 숲속에서 하룻밤이라는 요청도 있으니 어딘가로 향해야하는데......

    멀리 갈 형편도 못되고, 그렇다고 가까운데 아무곳에서나 밤을 보내기엔 즐거움이 반감된다.

    이미 두동의 텐트를 버리게 만들었던 성인대는 한겨울 바람의 매서움이 두려워서 포기하고, 그렇다면 여름 물소리를 들으며 즐겼던 마장터의 겨울을 만나보고자 한다.

    주차비 아끼려고~
    박달나무쉼터 기점에서 아이젠 착용~
    창바위를 바라보며~

    기본적으로 백패킹의 유래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산을 넘으며 부득이하게 하룻밤 또는 자연의 엄습을 피하기 위한 방도가 숲에서의 비박이라 여기며 어느정도 오르내림을 함께 하고픈 마음 가득하지만 마장터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냥 편하게 숲길을, 한겨울이니 숲도 아닌 앙상한 가지만 가득한 평탄한 길을 거닐면 되는 곳이다.

    욕심을 낸다면 대간령까지 가서 마산봉 또는 반대편의 상봉으로 갈수도 있겠으나, 함께 하는 이들은 그럴 마음이 없다.

    나또한 그정도의 열정이 없다. ^^

    마장터길은 인제천리길 코스중 한곳이다.

    백두대간의 줄기를 넘어 동해바다쪽은 눈구경이 힘든데, 반대편의 숲길은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산객들의 발걸음에 뽀드득 뽀드득 박자를 넣어준다.

    박배낭도 자주 매줘야 적응이 되는데, 겨울장비들이 들어간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같다.

    그래도 아직은 동해안내륙지역에선 눈구경 힘든데, 고개만 넘어도 이렇게 눈구경하며 눈길을 걷는 재미와 지인들과의 동행이라는 분위기에 즐겁게 마장터로 걸음을 옮긴다.

    물이 흐르는 계곡이 아닌 눈이 살짝 덮혀 얼어있는 작은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다보면 소간령의 샘터에서 마시지도 않을 샘물을 마시듯 휴식을 취하며 잠시 숲의 분위기에 빠져본다. 

    마장터 가는 작은 고개인 소간령을 지나면 또다른 숲의 분위기가 시작된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쭉쭉 뻣은 낙엽송(그렇게 다니며 봤지만, 여전히 정확한 식물명을 모른다. 침엽수인데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으니 낙엽송 맞겠지라며~ ^^) 숲길을 지나고, 얼마되지않아 "자연인의 집"이라는 너른 터가 나온다. 가끔은 너른 터가 있는 자연인의 집 마당에서 백패킹하면 안될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엄연히 사유공간 침범이라는 속세의 법에 괜힌 눈치를 보게된다. 또한 자연인의 집도 이젠 자연인의 집이 아닌듯 너무 알려지고 사람들이 찾으니 자연이 아닌듯한 느낌~ ^^;

    너른 마장터라 할수 있는 자연인의 집을 지나면 서서히 우리들(그들)만의 하룻밤을 즐길 박지가 나온다.

    이미 만석이다. 빼곡히까지는 아니지만 수많은 텐트들이 아직은 환한 빛이 있는 대낮의 흰눈밭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가을단풍이 졌어도 겨울단풍이 있다는듯이 말이다.

    흰눈위에 단풍이 물든듯한 풍경은 우리에게 조금의 걸음을 더 강요하는 유쾌한 풍경은 아니다. ㅋㅋㅋ

    조금더 깊은 숲길로 들어서본다. 대간령 방면으로 이동하다보면 또다른 박지가 나타나는데 이곳마저도 이미 만석에 가깝다. 더이상 전진해봐야 다리만 고생이라며 자투리 공간에 우리의 안식처를 만든다.

    지인이 챙겨온 부티를 나눠신고~
    주님은 각자 취향대로~

    결국 자정을 넘기지않은 시간에 깨고만다. ㅠㅠ

    바람은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이곳까지 바람이 불었다면 굳이 왔을리 없다.

    이런 푸근함을 기대하며, 겨울이지만 대충 박짐을 꾸려왔음에 은근 밤의 기온이 몸을 괴롭힌다.

    사이트를 구축하는 사이에 손끝과 발끝이 시려온다. 제대로 장비를 챙겼어도 지금의 과정은 어쩔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다. 어렵사리 자리를 만들고 유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살짝 한기를 느끼는데, 호기심에 산 주(酒)님이 나와는 맞지않는다. 그래도 한잔 한잔 마시다가 취기가 살짝...... 바깥공기도 쐴겸 쉘터를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나의 텐트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듯한데 그런 시간 감각까지 상실하고 쓰러진다. 또다시 자정도 되지않은 숲의 풍경을 서성이는 시간이 죄인을 벌하듯 밥을 외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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