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다~ 山!!/山

<강원20명산 - 02>새벽잠을 깼으니 무턱대고 숲길을 찾는다.

霧 明 2025. 3. 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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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산행 또는 집앞의 설악을 오르려고 할때나 새벽잠을 일부러 떨치고 집을 나섰지만, 언제부터인지(오래전부터의 습관이지만) 깊은 잠을 못자고 새벽이면 눈이 떠지는 일이 반복된다.

그럴때면 일부러 TV를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볼만하다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잠시 눈을 부라리다가 어느샌가 또 잠이 든다. 그래봐야 한시간여 후엔 일상을 위해 이불을 걷어내야한다.

그러나 주말의 새벽을 맞이하는 어설픈 잠결에 뒤척임은 잠에도 도움이 안되고, 하루의 일상도 유쾌할 일이 없음을 예견하며 새벽의 길을 달려본다. 동네산이 아닌 태백산맥의 산마루금을 넘어 영서지역의 산을 찾는다.

산행일시 : 2025. 3. 09(일), 맑음

산행장소 :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봉화산(烽火山, 875m)

봉화산(烽火山)은 양구 도심 정남향에 위치해 있는 해발 875m 산이다.

정상에 올라보면 양구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양구를 둘러싼 사명산과 대암산 자락을 조망할 수 있으며 

봉화산이라는 이름은 조선 선조 37년(1604년)에 정상에 봉화대가 설치된 데서 유래되었다.

지금의 양구팔경(楊口八景)은 환경의 변천으로 두타연(제1경), 펀치볼(제2경), 사명산(제3경), 광치계곡(제4경), 파서탕(제5경), 파로호(제6경), 후곡약수(제7경), 생태식물원(제8경)으로 정해져 있지만, 6·25 전쟁 전 양구를 대표하는 풍광으로 양남팔경(楊南八景) 중 하나가 봉화낙월(烽火落月)이었다. 

양구 시내에서 볼 때 서산에 지는 일몰풍경(日沒風景)과 함께 양구 남쪽으로 보이는 봉화산에서 뜨고 지는 달 풍경이 한 폭 그림과 같이 아름답다는 뜻이다.                            - 양구문화관광홈페이지(양구볼구양)   참조 -

누구와 : 나홀로~

산행코스 : 봉화산들머리주차장(수림펜션) -(1.4km, 30분)- 구암삼거리  -(0.6km, 15분)- 봉화산정상(일출감상)

                    -(2.7km, 1:25분, 등로 잠시 이탈)- 정중앙삼거리  -(1.5km, 35분)-  국토정중앙천문대 -(3.5km, 40분, 도로)-

                   주차장  

산행거리 및 시간 : 약 10.7km, 총 3:45분 소요

때론 바닥에 뒹굴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잘버티고 있는 봉화산의 상징같은 캐릭터가 된다. ^^

어둠속의 주차장을 벗어나 바로 정상을 향한 걸음을 옮긴다. 일출보다 운해를 만날수 있을까라는 기대감과 함께~

아직은 어둠이 깔린 봉화산 등로, 그 앞을 산객 몇분이 앞서가다 쉬는 시간 인사를 나누며 봉화산 운해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건조한 겨울철은 운해 만날 확률이 극히 떨어진다는 이야기...... 6월부터 가을까지는 7~80%의 운해를 만날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들으며 오늘도 운해는 나를 반기지 않는가보다라며 체념 아닌 체념상태로 길을 걷는다.

군사지역으로 평일산행은 불가하다는 사실은 이젠 모두 아는 사실??

새로 조성된 정상의 상징물, 그러나 기존의 백자가 더 정감가는 상징물인듯~

어느덧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희미하게 피어나는 시간, 역시나 운해는 꽝이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정상에 도착한다.

나와 같이 운해를 만나고자 올랐을까? 젊은 산객들이 의외로 정상을 지키고 있다.

운해보다는 정상에서 만나는 일출에 감동하는 그들의 모습을 담으며 나도 이정도로 만족하자고 자기암시를 넣는다.

다들 일출을 즐기며 정상에서의 희열을 만끽할때 나는 또 오게될터이니 다른 만족의 길을 걷자며 정상을 양보하고 오름길에 앞서가던 양구군민의 발자취를 쫓는다.

넌 누구냐? 갑자기 어딘가에서 튀어나올까 긴장도 된다. ^^;

능선의 구암삼거리 지점에서 들머리인 주차장(수림펜션 기점)을 향하지 않고, 아니 걸은 길을 걸어보고자 한다.

봉화산 첫만남의 어둠속에서 희미하게 하늘을 비추던 빛이 궁금했기에(그러면서도 천문대가 아니었을까라는 짐작을 하면서) 그곳으로 향하는 걸음엔 송전선철탑이 길안내를 하듯 세워져있고, 살짝 산객의 발자국이 있던 곳은 어느순간 사라지고 산의 주인들인 짐승의 발자국만이 나를 이끈다. 과연 이끄는 것일까? 괜하 갑자기 나타나면 기겁할텐데~ ^^; 

능선을 따라 정중앙봉삼거리로 향하는 길에 방향감각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산객이나 짐승의 발자국의 흔적을 길이라며 따라간 것인지 살짝 경로를 이탈하기도 하지만, 이내 옆쪽의 능선길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한다.

역시 산길은 오묘함을, 그래서 수시로 경로를 확인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한반도 정중앙 도시의 중심인 배꼽점이 이곳~
귀여운 해치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그렇게 능선길을 걷다보면 멀지않은 곳에 있는 정중앙봉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나고 갈까말까 망설임은 능선의 산세를 봤을때 딱히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편한 걸음을 몸이 원하는대로 옮긴다.

본격적인 하산의 걸음이라는 느낌의 로프와 난간대가 설치된 등로를 따라 가다보면 천문대 이전에 새로운 시설을 만나게 된다. 

국토정중앙이라는 타이틀로 산객과 관광객을 유혹하는 양구군이 한반도의 중심도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양구군에서도 어느지점이 정중앙일까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설(조형물)을 만났으니 나의 흔적을 남긴다며 이리저리 셀카로 인증을 하는 시간은 정상에서의 일출을 즐긴 시간보다 더 흐르진 않았을지~ ^^

해치 작품도 다른 작가들의, 조금씩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정중앙은 이렇다.

여유로운 숲길과 산행의 즐거움을 누릴수 있다면 다음에 또 걸을수 있겠지만, 다음을 쉽사리 기약할 수 없음에 주변의 조형물들을 담아보는 시간도 아깝지않다.

국토정중앙(배꼽), 중심이라는 사실은 일상에서도 소중히 다루게 됨을 의미하지않을까? 그래서인지 국토정중앙(배꼽점)을 수호하는 해치조형물도 길목마다 다른 형상으로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로 자리하고 있다.

조형물로 접하는 국토정중앙을 천문대에서는 지리적인 표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니, 배꼽점의 위도와 경도는 각기 128도 02분과 38도 03분이 된다.

잔설이 남아있는 봉화산
천문대 그 뒤로 걸어온 능선
배꼽잡고 웃어보아요~ ^^

천문대를 지나면서는 지긋한 도로구간이 계속된다.

그 지루함을 잊고자 봉화산의 산그리메를 담기도 하고, 또다른 국토정중앙의 유머를 담으며 산행을 마친다.

이 산행기를 SNS에 남긴후 얼마되지않아 친구녀석에게서 전화가 온다.

술한잔 할때 양구 갈때 함께 가자고 했었는데 까맣게 잊고있었다.

과연 함께 가자고 해도 새벽에 움직을까? ^^